설교/칼럼

제목온선칼럼-문찬우 목사2014-05-08 09:25
작성자 Level 8

엑스맨, 와이맨
요한복음 13: 10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 1906 - 1964)는 인간에 대해 X, Y 이론이라는 두 가지 가설을 주장했습니다. X이론은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즉 인간은 원래 일하기 싫어하고 수동적이고 게으른 존재이므로 조직에서 인간을 다룰 때는 강한 규율과 통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종교철학에서 말하는 성악설(性惡說)이라 할 수 있습니다. Y이론은 정 반대입니다. 인간은 원래 양심적이고 창의적이기에 누군가 간섭하지 않아도 내면적 동기에 따라 스스로 일하고자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인간을 다룰 때 이런 긍정적인 관점 안에서 그들의 창의적 자발성을 믿고 일을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성선설(性善說)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실상은 X이론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Y이론에 가까울까요? 최근 모(某) 교수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유명한 학자들이 모이는 중요한 학술대회에 사람들이 점점 모이지 않아 주최하는 곳에서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궁리 끝에 최고 100만 원 가량의 경품을 걸었더니 그 학회에 학자들이 넘칠 정도로 모였다는 것입니다. 그 교수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유명한 학자들이 고작 상품 때문에 모이다니, 아이고 그게 말이 됩니까!” 그렇게 놓고 보면 인간은 한심한 X맨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을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가정한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조지 오웰(George Orwell. 영국의 소설가. 1903-1950)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끔찍한 통제사회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서는 인간본성에 대해 무엇을 말씀하고 있을까요? 간단치 않습니다. 먼저 창세기는 인간은 원래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으로 지음을 받았다고 선언합니다. 로마서는 그 고귀한 인간이 죄로 인해 타락하여 선을 행할 능력을 상실했음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에베소서에 와서는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거듭난 인간의 거룩한 변화, 즉 성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맥그리거의 용어를 차용한다면 이렇습니다. 인간은 창조 시에는 Y맨이었습니다. 그러나 타락함으로 X맨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신앙적 다시 태어남을 경험하게 되면 인간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즉 X맨 습관을 지닌 Y맨(의인임과 동시에 죄인, simultaneously justified and a sinner)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변화되어가다가 결국 구원의 완결의 시간이 다가오면 완전한 Y맨이 된다는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복잡다단해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나 타인이나 공동체나 사회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이러한 인간의 복합성(즉 X맨임과 동시에 Y맨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보통 인간을 X이론으로만 보는 사람에게는 믿음이나 관용이 없기에 갈수록 인간관계가 협소해 지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인간을 Y이론의 관점으로만 보는 사람에게는 지혜와 통찰의 결여로 인한 실망과 상처만 쌓이게 될 것이고 결국 그는 지독한 X이론 찬양자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하나님도 인간을 은혜로 상대하시나 동시에 창조적으로 간섭하시고 통제하기도 하시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X 맨에게 초점을 두시고 장기적으로 멋진 Y 맨을 꿈꾸시면. 그것이 바로 인간관계와 조직경영의 지혜입니다.

온선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