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온선칼럼-문찬우 목사2014-03-07 10:51
작성자 Level 8

자판기 효과 (Vending Machine Effect)
창세기 22: 1 - 2

자판기 효과(Vending Machine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용어는 교육심리학에서 쓰이는 것으로, 부모가 자녀의 행동을 바꾸려 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판기에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것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판기가 그 당연한 바람을 깨고 동전 투입 후에도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면 누구나 당황하게 됩니다. 보통 그 당혹스러움은 분노가 됩니다. 그래서 물건이 나오지 않는 자판기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자판기를 흔들고, 심지어는 발로 차는 등의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화를 내고 소란을 피워도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한 숨을 쉬고 돌아서게 됩니다. 아무리 아우성쳐도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부모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어린 자녀들의 심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전능감(omnipotence)이 잔존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배가 고파서 울면 젖을 물게 되고, 춥다고 느끼면 포근한 담요가 덮어지고, 기저귀가 축축하면 보드라운 기저귀로 갈아지는 사랑의 양육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건강한 자존감 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유아기에는 인생이란 자판기와도 같은 셈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전능감의 환상에서 조금씩 벗어나야 합니다. 자신만의 세상이 아니라는 일종의 사회성을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양육(nursing)의 단계에서 교육(teaching)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어린 자녀가 자신의 충직한 자판기인 부모에게 생에 처음으로 무언가 거절을 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큰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생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물건을 주지 않는 자판기를 대하듯, 소리 지르고, 흔들고, 걷어차기도 합니다. 만약 그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의 그 어리광을 못 이겨서 부당하게 요구하는 것을 내어주고 만다면 아이는 거절당할 때 마다 이런 생각을 할 것입니다. ‘할 수 없지. 소리를 지르고, 아빠, 엄마를 붙잡고 흔들고, 발로 차는 수밖에.’그렇게 마음을 굳힌 아이는 만족유예나 절제가 없는 사회부적응자로 자라나게 되는 것입니다. 오직 원칙과 단호한 태도를 견지하며 아이의 아우성 소리를 이기는 엄마만이 자녀의 행동을 바꿀 수 있습니다.

아이들뿐이겠습니까? 우리에게도 아우성치며 떼를 쓰는 미숙한 자아가 있고, 생의 근간을 정신없이 흔들어대는 무절제한 욕망이 있고, 폭력에 가까운 모습으로 도전하는 악마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한량없는 자비를 베푸는 자판기로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성경을 보면, 아브라함은 핏줄의 본능이 호소하는 아우성을 꺾고 끝내 진리를 택했습니다. 욥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악의 폭력성을 일관된 믿음을 통해 극복해 내었습니다. 바울은 목숨까지 걸고 자신 사명을 막으려던 자들의 집요한 적의를 뚫고 결국 온 세계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였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붙잡고 흔들고, 발로 찬다고 할지라도 본능에, 세상에, 악에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만이 승리자가 되는 것입니다. 길들일 것인가, 길들 것인가? 그것은 당신의 태도에 달려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판기 효과 이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