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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가족'의 의미 일깨운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2009-12-22 14:23
작성자 Level 8

웃음 뒤, 삶의 절박함과 비극..소박한 사랑의 '감동'

겨울이 깊어갈수록 문화계 공연도 풍성하다.
신파적이면서도 심금을 웃기며(?) 가족의 의미를 일깨우는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가 대학로 연극계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눈먼 아비라도 붙들고, 길을 물을 수 밖에 없는 한 가족의 안타까움과 절절함을 담고 있는 이 연극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연극이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억척스러운 엄마 '김붙들'과 속정 깊은 팔푼이 아빠 '이출식' 은 우리가 잊고 사는 '부모'를 한꺼번에 느끼게 한다.
경주시골 마을에 사는 정신지체 아버지, 신체장애 어머니, 소아암을 앓는 아들 선호. 이들이 풀어놓는 남다른 가족애는 눈물겹다. 자칫 신파조도 느껴지지만 그때마다 징글징글한 이야기들을 유쾌함과 폭소가 터져나온다. 선호는 부모의 안내자다. 선호의 암이 재발하면서 수술비 문제 등이 얽혀 그들을 돕고 있던 큰댁과 선호의 이모도 그들의 곁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리 죽여 울다가도 관객들은 박장대소한다. '붙들이'라는 우스꽝스런 엄마 이름의 유래를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대목처럼 아픔을 토해내는 장면도 '삶'의 고단함을 잊은 천진함으로 마무리 된다. 
이 작품은 젊은 작가겸 연출가인 극단 이루의 손기호(한마음교회 집사)가 쓰고 연출했다. 경주가 고향인 자신의 어릴적 동네 어른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경주지역 특유의 사투리와 정서를 담아 극을 완성했다.
극단 대표 손기호 집사는 "4살 아들이 말을 제대로 못하고 간혹 자폐 같은 증세로 병원을 데리고 다니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과연 내가 이렇게 가슴 아파하는 내 자식은 누구며 어디서 와서 왜 나랑 이런 인연이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비에게 아비로 끊임없이 이어오는 핏줄, 그 속에 숨어있는 예수님의 사랑을 숨겨서, 생명의 근원과 좀 더 투박하고 정화되지 않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작품의도를 밝혔다.
제16회 거창국제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고, 2004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창작활성화 사후지원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연극은 12살 선호네 가족 이야기를 그렸지만 아동극은 아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고 있어 부모님이 마냥 싫은 고등학생, 부모님의 뒷모습이 너무 작아보이는 사회초년생, 이제 막 첫 아들을 둔 부모와 그 부모가 함께 봐야 하는 공연이다.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1월말까지 공연한다.(문의:02-747-3226)
 

김진영 기자(nspirit@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