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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오두막> 저자 윌리엄 폴 영2009-09-16 16:01
작성자 Level 8

"오두막에서 삼위일체 하나님 만났습니다."
소설 쓰며 성추행 상처 치유 

미국에서 750만부가 팔린 장편소설 `오두막`(세계사 펴냄) 저자인 윌리엄 폴 영 유년시절은 상처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아버지는 고단한 삶에 대한 분노를 자녀들에게 쏟아냈다. 아버지의 학대와 외면에 이어 원주민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6세에 입학한 기독교학교 기숙사에서도 상급생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소년은 치욕과 좌절로 마음의 문을 닫게 됐다.
그러나 종교와 아내, 자녀, 친구들 사랑에 힘입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장편소설 `오두막`을 쓰면서 슬픔을 치유했고 인간 관계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 2007년 출간된 이 소설은 딸을 잃은 슬픔에 잠긴 아버지가 신의 계시에 이끌려 찾아간 오두막에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20여 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국내에서도 10만부가 팔렸다.
한국 독자를 만나기 위해 내한한 그는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차분한 옷차림에 잔잔한 미소는 성직자 분위기를 풍겼다.
3일 서울 마포 롯데시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한 폴 영은 "오두막은 상처받은 영혼을 숨겨 뒀던 마음 속 공간"이라며 "오두막 문을 열고 아버지와 화해하는 데 11년이 걸렸으며 이 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이 처음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관계’가 파괴되고 있는 불확실한 시대에 신(神)의 본질은 확실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였다. 이후 주위의 권유에 의해 출판을 하게 됐고, 우연찮게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어찌보면 소설 속 주인공은 굴곡진 삶을 살았던 영의 일생과도 닮아있다. 그는 “’오두막’은 상처입은 내면을 뜻한다. 누구나 거대한 슬픔이 내재된 오두막을 갖고 있다”면서 “그 고통과 마주할 때, 결국 상처는 치유된다”고 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고통의 상징인 오두막에서 하나님을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딸을 잃은 아픔을 치유한다. 그가 형상화한 <오두막> 속의 하나님은 흑인여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기독교인들에게 이 소설은 약간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영은 “이 소설은 종교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자식을 상실한 부모의 깊은 고통으로부터 우러난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이 되면 해봄직한 질문들, ‘이 세상에 왜 고통스런 일이 일어나는가’, ‘과연 신은 선하신가’, ‘그렇다면 그 분은 살아계신가’ 등 어려운 신학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문학이라는 그릇에 잘 녹여냈다.
영은 “종교는 교리나 율법을 강조하며 신을 만족시키고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낳는다. 하지만 삼위일체 하나님과 ‘관계’를 맺을 때, 부끄러운 내면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불륜으로 인해 깨어진 아내와의 관계가 11년 만에 치유됐다는 고백도 서슴없이 털어놓은 그는 “자신의 상처는 스스로 치유할 수 없다. 신과의 관계에 참여하거나 다른 사람과 관계에 참여할 때, 비로소 치유된다”면서 “11년 동안 내게 치유는 곧 아버지를 향한 ‘용서’였다. 창피함과 부끄러움만 남았던 나를 살려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그의 아픔과 절망을 위로했을 뿐만 아니라 인생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가난한 영업사원이던 폴 영은 2005년 겨울 자녀 6명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인쇄를 할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이후에야 여유자금이 생겨 15부를 복사했고 친척과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이 책에 감동받은 친구들이 정식으로 출판을 권유했다. 그러나 26개 출판사가 모두 거절했다. 결국 친구 2명이 돈을 빌려줘 출판사를 설립했다. 2007년부터 1년 동안 고작 300달러로 인터넷 홍보를 했다.
폴 영은 "한 친구는 신용카드 대출금을 보탰다"며 "내 책을 받아주는 서점이 없어 인터넷으로 팔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기적`처럼 주문이 밀려들어왔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이 책은 무려 68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브라질에서는 1년 만에 밀리언셀러가 됐다. 인간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줄 정말 몰랐다"며 "모두 하나님의 축복이며 한국에 와서 영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