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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왕진버스는 생명을 살리며 가슴을 울리는 기적의 사역입니다."2010-02-23 15:37
작성자 Level 8

샘의료복지재단 설립자 박세록 장로

"북한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듭니다. 우리사회는 북한내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운운하기도 하지만 먹지 못해서 간과 신장, 뇌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는 모습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 주는 일 보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1989년 북한의 공식초청을 받아 북한사역을 시작한 국제의료 NGO 샘의료복지재단 설립자 박세록 장로.
외국국적 의사(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처음으로 북한에 평양 제3병원을 세웠고 시술도 했다. 하지만 평양 내부의 기류 변화로 평양출입금지 명령을 받았고 1997년 북녘에 대한 비전을 펼치고자 샘의료복지재단을 세웠다.
이 재단은 중국 단동에 2000년 완공한 단동복지병원을 핵심기지로 삼고 집안진료소, 장백진료소를 통해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돕고 제자양육하고 있다. 특히 강변지역을 통해 강 건너 북한을 품고 사역하는 선교단체로 활동 중이다.
재단에서는 특수선교사(의료업)를 파송하는 '사랑의 왕진가방 사역'과 '왕진버스 사역'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랑의 왕진가방' 안에는 의약품과 의료기구 40개가 들어 있다. 이 가방을 해마다 1만 개씩 북한의 각 보건소에 보낸다. 이렇게 전달된 왕진가방은 호담당 의사의 손에 들려 각 집의 위급한 생명을 살리고 있다.
왕진가방 뿐만 아니다. 산부인과를 전공한 그는 북한에 제약공장을 세우고 영양제와 비타민을 제조했다. 이 약은‘사랑의 영양버터와 비타민’으로 불리며 북한 전역의 임산부와 아이들의 생명을 살려내고 있다.
박 장로는 2008년 미국의료팀과 함께 황해도 구월산 지역(평양에서 3시간 거리)의 극심한 기아상태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 집중치료를 했다. 치료 결과 67명의 어린이들이 평균 3~5킬로그램씩 몸무게가 늘어나며 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지켜봤다.
"의사선생님, 우리 아이를 살려 주시라요!"라고 외치던 북한 여성의 애절한 부탁을 마주 대해야 했던 박 장로는 영양버터를 먹고 다시 건강을 찾은 어린이들을 보며 많은 도전을 받았다. 
"극심한 기아 상태로 인해 한 달 내에 집중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위급한 북녘 어린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영양버터를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감동적입니다."
효과면에서 탁월한 영양버터는 이제 북한뿐 아니라 세계의 굶주린 어린들에게도 보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재단의 가장 큰 사역은 '왕진버스' 사역이다.
"생명을 살리는 왕진버스, 제목이 너무 좋지 않습니까? 이 버스는 말 그대로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이 운영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지요."
'왕진버스'는 엑스레이 기기를 비롯한 각종 의료장비들을 탑재한 최첨단 이동진료버스다. 200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서 2억원을 후원받아 제작했다.
왕진버스로 압록강과 두만강 변에 있는 무의촌을 찾아가 조선족과 고려족, 탈북자들에게 치유와 희망을 나눈다. 필요할 경우 일주일에서 한달간 머물며 주민들을 돌본다.
"이 버스는 중국 공안도 무섭지 않아요. 과거에는 마음을 졸이며 숨어서 다녔었지만 지금은 초청을 받기도 하고 와달라는 곳도 많습니다. 북한의 한 고위관리는 왕진버스로 신의주까지 가보자고 합니다. 언젠가는 압록강을 넘어 북한 내부까지 가게될 거라 믿습니다."
그는 용산 폭파사건 당시, 복구를 도왔던 유일한 NGO가 바로 샘의료복지재단이었다면서 그것이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그의 사역은 조마조마한 외줄타기처럼 늘 위험하다. 1년에 3~4회 북한을 방문하는 그는 북한 방문 당시, 영생관에 불려가고 사역과 신변에 위험이 느껴지는 순간순간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심을 고백했다.
"어려움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게 하신 일들 가운데 민족의 아픔을 가슴으로 끌어 안으며 가슴 절이게 동포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늘 '통일'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다. 
"북한을 오가며 '과연 통일은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또 북한선교가 통일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박 장로는 "북녘의 동포들이 지구상에서 최대의 고난을 겪으며 연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들이 바로 마지막 때 복음화를 강당할 하나님이 준비하신 일꾼들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북한 내부에서 복음을 직접 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북한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북한을 향한 '직접선교'인 것이다.
샘의료복지재단은 미주지역과 한국의 400여 개의 후원교회와 개인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운영, 유지된다. 재단의 1년 예산은 의료품 지원을 제외하고서라도 200만불(한화 25억원) 이상이다.
또 지난해부터 단동의 노동자단체인 단동시공회와 협력하여 의료 도움이 필요한 중국의 노동자들에게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처음엔 정부의 지원도 가능했습니다만, 거절도 많이 했습니다. 순수하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만으로 사역하고 싶었어요.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것만 하고 허락하지 않는 것은 안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큰 일은 못했습니다만, 순수한 신앙만으로 활동하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재단을 통해 살아나는 생명은 한 해에도 수없이 많다.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영혼까지 강한 군사로 거듭나고 있다.
"동족에 대한 사랑 때문에, 주님이 맡겨 주신 사명 때문에 오늘도 왕진버스는 달립니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대학의 교수직까지 얻었던 박세록 장로. 그는 일반 산부인과 호르몬 불임 전문의 자격증을 갖추고 미국에서 병원을 열어 한동안 돈도 많이 벌었다. 빌딩도 사고 골부장과 호수까지 갖춘 그림 같은 집도 샀다. 하지만 점점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몸에 탈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아내의 강권에 못 이겨 따라다니던 부흥회에서 마침내 하나님을 만났다. 그리고 우연찮게 인도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사역을 하게 됐다.
그는 2003년도 자랑스러운 서울의대인상, 미국 하원상(Congressional Award), 2006년 아산상, 2008년 MBC-IBK 사회봉사대상 우수상, 2009년 사회복지의 날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한편 박세록 장로는  2005년 출간한 첫번째 책 '사랑의 왕진버스'로 에 이어 최근 '생명을 살리는 왕진버스(두란노서원)'를 출간했다.
 

김진영 차장(nspirit@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