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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노래인생 50년과 목회 20주년을 맞아 부르는‘여러분!'2010-04-21 14:46
작성자 Level 8

노래하는 목사 윤항기

한국 최초의 그룹사운드 '키보이스'의 멤버, 수많은 히트곡을 낸 싱어송라이터, 대표곡 '여러분'으로 대중음악계를 사로잡았던 가수. 떠들썩한 세상의 인기를 뒤로한 채 어느 날 무대에서 사라졌던 그는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목사가 돼 있었다.
음악목사 윤항기.
올해 윤항기 목사는 노래 인생 50년, 목회사역 20주년을 맞았다.
"목회는 20년 했지만 음악도 50년간 병행했기 때문에 한 4,50년 목회한 느낌입니다."
그가 음악목사 안수를 받았을 당시는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복음성가 조차 인정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윤 목사는 "당시는 음악목사가 정말 생소했다"며 "지금은 교회 음악목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지만 그 때는 사역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제가 음악을 시작한지 50년, 사역을 시작한지 20년이 됐다니, 세월이 너무 빨리 흐른 느낌입니다. 1990년 미국에서 음악목사 안수를 받고 한국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음악목사가 되면서 저는 전혀 다른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목사가 된 뒤, 목회에만 전념하기 보다는 음악목사를 양성하는 예음음악신학교와 총회(예장개혁), 한기총 등에서 다양하게 사역 경험을 쌓았다.
'노래하는  목사'가 되기까지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어린시절 그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였던 아버지 윤부길의 마약 중독으로 온 식구가 나락으로 떨어져 청계천에서 밑바닥 생활을 했다. 무용가였던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유랑극단의 무대에서 심장마비로 객사했다. 아버지는 마약 중독 요양 중 세상을 떠났다. 윤 목사는 "아버지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너무 많았다"고 고백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힘겹게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청년기까지, 그는 자신의 가족사를 "한마디로 불행했다"고 표현했다.
"중학교만 나온 저는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곡가 김희갑 선생님을 찾아가 음악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렇게 드럼과 노래를 배웠습니다. 1960년, 그해 미군 관객 앞에서 노래를 시작한 것이 올해로 50년이 된거죠. 그때 배운 음악 덕분에 해병대 군악대에 들어갔고 1963년에 한국 최초로 '키보이스'도 결성했어요. 음악을 생계로 하는 직업을 하게 된 겁니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된 뒤에도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며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마저 일찍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원망이 더 컸다"고 했다. 하지만 목사 안수를 받던 날, 그는 아버지를 용서했다.
"하나님께서 목회의 길을 가는 제가 그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주셨어요. 제 의지라기보다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강권하셨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다시 윤 목사에게 삶의 극적인 전환점이 다가왔다. 1979년 6월 열린 국제가요제에서 동생 윤복희와 함께 대상을 받은 것이 그것이다.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데다 이혼의 아픈 상처를 갖고 있던 동생과 한국대표로 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만든 노래가 이사야 42장 10절 말씀을 근거로 한 '여러분'이었다. 이 노래는 영어 가사로 보면 가스펠이었다.
가요제에서는 1절은 한국말로 2절은 영어로 부르게 되어 있었다. 한국어로는 종교적 표현을 쓸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영어제목은 'It's You'이고 영어가사에는 'LORD','JESUS'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각국의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저희 남매에게 만점을 줬어요. 이것이 최초 한국의 가스펠입니다. 저희 남매 삶의 역사적 전환점이 된 날이기도 하고요.”
외롭고 서러울 때, 어둡고 험한 길을 걸을 때, 반드시 함께 하겠다는 그분의 약속이 담긴 이 노래는 윤항기 목사와 동생 윤복희 씨에게는 영혼의 울림이 됐다. 그렇게 윤 목사가 사역을 시작한지 올해로 20년째다.
"노래하는 목사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은 제게 너무 귀하고 소중합니다. 주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연령과 상관없이 세상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역경을 이겨내는데 도전을 주고자, 최근 자서전 '노래하는 목사 윤항기의 여러분'(성안당)을 펴냈다.
자서전 출판을 기념해서 이달 30일 동생 윤복희 씨와 함께 올림픽공원에서 기념공연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로 공연은 가을로 연기했고, 예매했던 티켓도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며 모두 환불했다.
노래하는 목사 윤항기는 오늘도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김진영 차장(nspirit@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