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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 선생님들은 오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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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10:05

문정렬 목사

“집사님, 선생님들은 오시지 않습니다.”

나는 아내와 종일 심방을 다니면서 냉수 한 그릇도 마시지 못했다.
그런데 송천동에 심방을 다녀오다가 우리 교회에 다니시던 집사님이 살고 계신 집이 있는 골목으로 가게 되었다.
나는 아내에게 “여보, 집사님 집에 들러볼까요?” 했더니 아내는 아마도 그 집사님은 집에 계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만일 그 집에 들러 집사님이 계시면 예배를 드리고 가기로 했다. 언덕길을 걸어서 집사님 댁에 당도했는데 마침 문이 열려 있었다.
내가 먼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집사님은 부엌에서 무엇인가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전 같으면 집사님이 나와서 우리를 안내했을텐데 부엌에서 열심히 음식을 만드시면서 들어가자는 말도 없고 마루로 올라오라는 말도 없었다.
우리가 온 것이 그렇게 반가운 인상이 아니었다. 나는 마루에 앉아서 먼저 머리를 숙이고 그 집사님 가정을 위해 잠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방 안에 들어가 보니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나는 “집사님, 오늘 무슨 날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오늘 우리 아들 담임선생님과 교장, 교감선생님이 오신다고 해서 음식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입에서 예언의 말이 나왔다.
“집사님, 오늘 선생님들은 오시지 않습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분명히 오신다고 해서 어제부터 준비하고 있는데요.” “아닙니다. 물어보세요.”
그러자 집사님이 놀라면서 아들을 불러 선생님들이 몇 시에 오실 것인지 전화로 확인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들이 전화를 걸러 나갔다. 이때 아내는 눈치를 채고 가자고 나의 옷을 잡아당겼다. 나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머문 것이 아니라 바로 나오고 싶었으나 그 결과를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자고 했다.
전화를 걸러 나갔던 아들이 돌아와서 “엄마, 선생님 못 오신대요.” 하는 것이었다. 집사님이 “왜, 못오신대?” 하자 “오늘 교육청에서 갑자기 감사가 나온다고 해서 오실 수가 없다고 해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때  ‘우리 하나님은 어떻게 이런 일까지 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세밀하신 하나님, 머리카락까지 세시는 하나님이셨다. 어떻게 그런 말을 당돌하게 했을까?
만일 내가 한 말이 맞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 나는 조금도 의심이 없었고 나 역시 내가 말하고도 내가 말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 때 집사님이 비로소 나를 보고 들어가자고 권하셨다. 아내는 그대로 가자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나님께서 사람들이 음식을 준비하지만 먹는 것은 누가 먹을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그렇게 음식을 진수성찬으로 준비하게 하시고 초청받은 사람은 오지 못하게 하시고 생각지 않던 종이 먹게 하시니 얼마나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한지 우리는 담대하게 들어가서 많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하나님 엘리야에게 조석으로 떡과 고기를 먹게 하시고 심지어는 사르밧 과부를 통해 먹여 주신 하나님, 오 주여! 이렇게 잘 먹게 하시니 감격의 눈물이 나옵니다.”
우리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의 지식으로는 깨닫지 못하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 후 집사님은 회개하는 마음을 갖고 종을 정성으로 대접하는 삶을 사렸고 많은 축복을 받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