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올지라도 눈을 치우게. 에스겔 36: 37
기독교 신학계의 최고의 쟁점은 ‘예정론(predestination)'입니다. 예정론은 말 그대로 ’창조주가 미리 정하신 뜻대로 구원이 이루어지고, 세상이 움직인다.‘ 는 뜻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논리로 쉽게 풀 수 없는 깊고 불가해한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행하신다면 대체 인간이 할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것입니다. 사실, 구원이라는 신비를 인간의 언어로 표현한 존 칼빈(John Calvin)의 ’예정론‘은 단지 학문이라기보다는 ’Amazing Grace‘, 즉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라는 말로 다 못할 은총을 향한 찬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예정을 믿는다고 해서, 우리의 할 바에 대해 혼동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의 포로로 잡혀 있었을 때, 선지자 에스겔은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습니다. “70년이라는 포로의 시간이 차면 해방을 얻을 것이라. 나 여호와가 말하였으니 이루리라!"(겔 36: 36) 예정과 성취에 대한 분명한 어조의 약속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덧붙여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이스라엘 족속이 이와 같이 자기들에게 이루어 주기를 내게 구하여야 할지라"(겔 36: 37) 내 일은 내가 이룰 테니, 너희의 할 바는 하라는 말씀입니다.
지난 겨울이 다 끝나갈 무렵, 이른 아침에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사각, 사각, 사각…… 창문을 열어보니 건강해 보이시는 한 노인께서 두툼한 옷을 입고서 열심히 길가의 눈을 쓸고 있었습니다. ‘곧 봄이 오면 다 녹을 텐데’ 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는데, 노인의 뒷모습이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듯 했습니다. “당연히, 봄이 오면 눈이 녹겠지. 그렇지만 이렇게 열심히 비질을 하다보면 더 일찍 길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네. 그렇습니다. 정말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기 마련입니다. 예정의 때를 바라는 사람도 분명 그럴 것입니다. 이 여름에, 노인의 눈을 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각, 사각, 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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