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느냐, 못 갖느냐? (to have or not to have) 누가복음 17: 20 - 21
일본이 낳은 민예연구가이자 미술평론가, 종교철학자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 1889 - 1961)는 그 누구보다 조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는 조선의 문화를 조선인보다 더 깊이 통찰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5월, 조선 방문 중 광남기독교회에서 강연을 했을 때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선인과 같이 과거의 위대한 미를 갖고 있는 사람을 교화한다니, 천박함에도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예술 측면에서 조선을 본다면, 세계 예술의 최고 경지에 두는 것이 충분하다고 단언해 마지않습니다.”한 걸음 나아가 이런 말도 했습니다. “정세는 변해도 일본 문명이 조선의 미에서 부화되어 생겨났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므로 조선의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인의 심리상태는 매우 큰 모순이 있습니다.”그는 일본의 국보가 결국은 다 조선의 국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 미술을 말로만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1922년에는 광화문 철거 반대 운동을 하기도 하였고, 조선총독부가 (그가 생각하는 세계 최고의 유산이었던) 석굴암에 손을 대려 했을 때에는 강력하게 저지하고 나섰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조선이 만든 예술품을 조선인에게 주려는 취지로 1924년에 경성(즉 서울)에 조선민족미술관을 개관하였습니다. 야나기 무네요시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조선의 위대한 미를 이해하는 일도 조선민족 스스로가 이루지 아니하면 안 됩니다. 조선을 진실하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조선인이어야 할 것이고, 나는 조선을 그릴 수 있는 자는 조선인이라는 의식이 조선인에게도 그리고 일본인에게도 높아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 땅에서 생겨난 것은 그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일본인이었지만,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의 예술문화를 진정 사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얼마 전 대기업들의 비자금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었을 때, 한 정치 평론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두고 보세요. 이제부터 미술품들이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그는 대기업 사주의 부인 등을 중심으로 미술관을 세우고 그림들을 모으는 것이 비자금을 모으는 좋은 방편이며, 특히 비자금을 불리기 위해 회계사 등을 동원해서 미술품의 가격을 조작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폭로했습니다. 소위 그런 미술애호가들에게 미술품이란 무엇일까요? 그저 페이퍼 컴퍼니 수준의 비자금세탁창구가 아닐까요? 비록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나 앤디 워홀의 ‘마호’같은 유명 작품들을 지녔다고 자랑한다고 해도, 그들이 가진 것들은 페이퍼(현금)일 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누가복음 17장 21절의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보시기를 바랍니다.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갖느냐, 못 갖느냐(to have or not to have)의 문제는 결국 그 대상을 향한 진실과 사랑에 있다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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