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예술, 접목이 아닌 조화 (고린도전서 12: 1 - 31)
리처드 바그너(Richard Wagner, 1813 - 1883, 독일 음악가)가 주창한 '총체예술' (總體藝術, Die Gesamtkunstwerk)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가지의 방식만으로는 결코 예술의 궁극적 완성에 다가갈 수 없기에 모든 장르가 힘을 모아 큰 목적을 도모하고자 하는 대승적 예술사조입니다. 예를 들면, 문학, 음악, 미술, 건축, 연극 등의 장르들이 하나 되어 오페라 혹은 영화라고 하는 총체예술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세상이 산업화, 근대화되면서 얻은 가장 큰 손실이 있다면 그것은 삶, 문화, 사회적인 면에서 이른바 총체성(totality)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모든 것이 너무 전문화 되고 분화되어버려서 개인과 개인, 장르와 장르, 세계와 세계가 서로에 대해 너무 독선적이고 편협하고 이기적인 태도와 입장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 총체예술은 그런 각자의 세계가 서로 조우하고 연대하는 통합된 세계를 꿈꿉니다. 그러나 이 총체예술(total art)은 소위 말하는 종합예술(composite arts)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종합예술은 예술의 여러 장르의 특성을 살리는 것보다 하나 됨에 그 목적을 두고 있지만, 총체예술은 그 하나 됨을 위해 결코 각 장르의 고유성을 희생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총체예술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모인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공동의 목적, 즉 공감(共感)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서로가 지닌 가치와 장르에 대해 인정할 수 있는 성숙한 개방성(開放性)이 필요합니다. 셋째, 두 사람 이상이 협업을 해야 하므로 자기 욕구의 절제(節制)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네 번째로, 가장 중요한 사항은‘총체예술은 접목(接木)이 아닌 조화(調和)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접목은 서로 다른 것을 억지로 하나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작용이 큽니다. 그러나 조화는 다른 것들의 평화적, 합리적, 목적적 공존을 의미합니다. 다른 것은 다른 것입니다. 태생이 다른 것들을 억지로 같게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다른 것들을 억지로 하나로 만들고자 한다면 통합된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은 고사하고 더 큰 갈등과 분열 내지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허무의 상태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모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뜻을 주로 몸으로 표현했던 베드로가 있었는가 하면, 치밀하고 계산적인 마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한은 환상을 보는 몽상가로서 대단히 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뜻이라는 하나의 공감을 가지고 조화롭게 훌륭한 총체예술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감과 조화만 있다면 우리는 다름의 어울림이 만드는 총체예술의 환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역사도 민족도 사회도 가정도 교회도 바로 이 총체예술이 성공할 때 번성하게 됩니다.
온선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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