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신앙의 산책-홀로 우는 풀벌레 (전오 권사)2013-07-25 09:01
작성자 Level 8

홀로 우는 풀벌레

지향 전오
시인, 수필가, 문인화가, 현 고현초등학교 교장
2013 황조근정훈장, 2012 사랑의 교육대상, 1999 모범공무원상 수상
경기여류문학회 회원 및 동인지 발간, 전국 문인화 대전 및 경기도 서화대전 입선 10회
문인화 회원전 5회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유별나게 기승을 부리던 더운 여름을 이겨보기 위해 모처럼 해물탕으로 솜씨를 부리고 있을 때였다. 아들 녀석이 가까이 와서 조수노릇을 톡톡히 해내며 양념을 챙겨주고 간도 보며 수다를 떨어댔다.
찌개가 거의 끓어 가고 있을 때, “엄마, 찌개에 야채가 들어가지 않으니까 보기에도 멋도 없고 맛도 나지 않아요”라며 빨리 야채를 넣자고 성화를 부렸다.
송송 썰어 놓은 파와 쑥갓, 양파 등을 넣은 후 맨 나중에 마늘을 넣고 한 수저 떠먹더니 “캬! 끝낸다” 하며 엄마 기분까지 맞춰주었다. 주재료인 생선과 조갯살 새우, 미더덕 등이 한데 어우러져야만 맛을 내는 해물매운탕, 그중 어떤 것 한 가지라도 빠진다면 그 맛이 훨씬 감해질 것이다.

온 가족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탕을 먹으면서 우리 사회의 축소판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주재료인 생선처럼 어디서나 선명하게 노출되어 리더가 되고 싶어 하고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 새우, 조개, 미더덕 등, 보조 해물과 같이 온몸에서 우러나는 은근한 향기로 조직을 어우러지게 하고 화합시키며 요란하지 않고 나서지도 않으면서도 조직의 핵심이 되는 꼭 필요한 사람. 또 조직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향신료 같은 사람도 빼놓을 수 없다. 매운탕은 아무래도 마늘과 후추 등 향신료로 마무리를 해야만 제 맛이 나지 않은가.
한낱 음식인 매운탕이 되기 위해서도 이렇듯 여러 가지가 더불어 한데 어우러져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자녀를 위한 기도는 “머리가 될지언정 꼬리가 되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라는 말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사회에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가끔 교육상담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학부형님들께는 상담을 마친 후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더불어 사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아이’를 위한 기도를 잊지 마시라고.
쇼펜하우어는 “모든 사람 속에서 바보로 있는 것이 혼자 현명하게 있는 것보다 낫다”라고 더불어 사는 사회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요즘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의 사회면을 보기가 두려워진다. 너무나 무섭고 떨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잔악성이 극에 달한 내용 때문이리라. 내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어린 영아?유아를 죽여 장기를 떼어낸 어른, 재물에 눈이 어두워 침부모를 살해하고 불로 태운 패륜아, 동거여인과 그의 딸을 토막 낸 엽기적인 살인마…. 이루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대형범죄들이 눈만 뜨면 생겨나고 있다.
이 모든 원인은 하나같이 혼자만 잘 살아 보겠다고,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보겠다고 몸부림치며 더불어 사는 사회에 침을 뱉고 등을 돌린데 있지 않을까?
제 몫의 삶만을 풍요롭게 하려고 발버둥 칠수록 홀로 우는 풀벌레처럼 삶의 소리가 처량해진 뿐인데.

전오 시와 수필 ‘아름다운 동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