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의 시대에 흔히 올드미디어로 치부되는 ‘라디오’에 주목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된다. CBS가 창사 57주년 특집으로 준비한 다큐멘터리 6부작 <;라디오>;는 향수, 세상, 노래, 이야기, 상상, 공감 등 6개의 키워드를 통해 라디오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에 대해 되묻는다.
앰프와 스피커 시대 라디오 이야기부터 <;청실홍실>; 등 다양한 라디오 연속극이 각광받던 시대를 거쳐 TV 시대에 이르기까지 라디오는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 라디오가 일상의 삶에 만들어낸 다양한 변화를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소개한다. 흔히 소리에 의존하는 매체는 다른 미디어에 비해 훨씬 관계 지향적이라고 한다. 라디오 진행자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걸듯 방송을 진행하고 청취자들도 진행자의 말 너머의 감정까지 읽어내곤 한다. 이 프로그램이 주목하는 건 그런 인간의 흔적들이다.
특히 다큐멘터리에선 라디오의 부끄러움에 대한 고백도 담아 눈길을 끈다. 방송사의 오점으로 기록된 한국전쟁 당시의 거짓전황방송이나, 1978년 동일방직의 여공들이 라디오 방송 생중계 현장에 뛰어 들어 마이크를 탈취해야 했던 사연 등 라디오가 세상과 만났던 부끄러움에 대해서도 조망한다.
또한 1938년 미국 CBS를 통해 방송돼 라디오의 영향력을 보여줬던 <;화성침공>;을 만나고, 1960년대 영국의 로큰롤 시대와 함께 했던 해상 해적방송 이야기, 94년 종족 갈등의 와중에 학살의 수단으로 사용되던 라디오가 화해의 수단으로 탈바꿈한 아프리카 르완다의 라디오를 만날 수 있다. 또 사랑과 성 문제에 대한 거침없는 상담으로 화제인 칠레의 하트 라디오, 일반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일본의 공동체 라디오 등 다양한 라디오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지 취재를 통해 소개된다.
오늘 12일부터 17일까지 오전 11시에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라디오>;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유유히 흘러갈 아날로그의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