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네요."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하면 대개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깜짝 놀랍니다. 간혹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런 일 없는데…"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형제나 주변 사람 중에는 없나요? 반드시 있을 텐데."? 이번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맞다"는 반응을 합니다. 당연하죠. 어릴 때 물에 안 빠져본 사람이 거의 없고 어릴 때는 물에 빠지면 거의 죽을 것같이 무섭고 두려우니까요. 또 자기가 물에 빠지지 않았어도 형제나 주위 사람 중에는 반드시 물에 한두 번 빠져본 사람이 있습니다. 젊을 때는 이렇게 엉터리 점을 치는 장난을 곧잘 했습니다. 예쁜 여자 후배들 손금 봐준다며 손도 만져보고 마음에 두고 있는 회사 여직원에게 사주를 봐준다며 생년월일도 간단히 알아내곤 하였지요. 저에게 이런 신통한(?) 능력이 생긴 것은 제가 처음 일했던 곳이 주로 무당들을 고객으로 상대하던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장난으로 한 말에 용하다고 난리... 그날 이후 '박수무당' 됐습니다. 하루는 서울 마포에서 회사를 다닐 때 일입니다. 퇴근 후 회사 동료와 함께 목을 축이려 작은 카페에 들렀습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그곳은 테이블이 두세 개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은 예쁘장한 얼굴과는 달리 걸걸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쁜 주인을 보자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사장님은 이 물장사 안 하면 무당이 될 팔자입니다." 장난으로 던진 말에 카페 주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점치러만 가면 모두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만약 무당이 되면 정말 큰무당이 될 텐데. 최영 장군이나 임경업 장군이 내릴 큰무당이 될 거예요." "맞아요. 다들 점 보러 가면 큰무당이 된다고 내림굿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무당이 될 수는 없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이 장사 시작한 거예요." 주인은 아주 심각하게 말하며 물어왔습니다. "어떻게, 장사는 잘될까요?" "이거 뭐 복채도 없고…. 맨입으로 되나요." "복채는 걱정 말고요. 정말 장사 잘될까요?" "뭐 그냥저냥 큰돈은 못 벌겠고…. 첫 달은 딱 월세만큼만 벌겠네." 그렇게 장난삼아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지껄였습니다. 그날 술값은 내가 점을 쳐준 것에 대한 복채라며 한 푼도 받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다시 그곳에 갔을 때 일입니다. 정말 내가 말한 대로 딱 한 달치 월세만큼만 이익이 남았다며 어떻게 그리 용할 수가 있냐고 난리였습니다. 그날은 부서 회식 자리여서 과장님과 부장님도 함께 있었습니다. 부서 내 막내였던 저는 아주 난처해졌습니다. 주인은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이번 달 장사는 어떻겠느냐?", "내가 만약 장사 그만두면 정말 무당이 될 팔자냐?", "혹시 무당이 되면 정말 큰무당이 되느냐?", "그럼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거냐?" 등 폭풍 질문을 했습니다. 그날 이후 전 회사 내에서 '박수무당'이 되었습니다. 여직원들은 저를 슬슬 피했고 어떤 이는 만 원짜리 한 장 들고 와서 점을 봐달라고 조르기도 했습니다. 생각 없이 장난을 치다가 점쟁이가 된 것이었죠. 물론 그렇게 점이나 무당에게라도 의지해야 할 만큼 우리들에게는 힘들고 억울한 사연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무당들도 자신의 삶을 잘 모릅니다. 그러니 무당도 점을 보러 다니는 것이겠죠. 힘들고 지치고 억울한 사람들의 해결책은 섣부른 점괘가 아닌 서로 사랑하고 연대하는 것이 아닐까요?(출처 : 오마이뉴스) 교계에서 “예수무당” 운운하는 말이 일반화 되어 있음도 서글픈데, 심지어 “구원받았다” 하는 이들이, 성탄절과 새해를 앞두고도 무당 등을 찾고자 하는 어리석음에 함몰되어 가는 이는 없겠죠? “섣부른 장난으로 점쟁이 돼버린 사연”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무슨 생각을...?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을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저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저가 거짓말장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니라(요 8:44).
한국장로회신학 학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