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온선칼럼-문찬우 목사2013-11-21 14:14
작성자 Level 8

주둔군(駐屯軍)이론

히브리서 10: 38 - 39

며칠 전 알고 지내던 한 남자 분이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요사이 밤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의 꿈을 꾸거든요. 믿기지 않으실 테지만, 제가 4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몸집이 정말 조그맣고 약했어요. 그래서 같은 반에 힘 있고 못된 몇몇 애들에게 괴롭힘을 많이 당했거든요. 뭐 일종의 왕따 같은 거죠. 여하간 그 녀석들이 제 팔을 비틀고 때리던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요. 그런데, 문제는요, 정말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는 겁니다. 나 참, 자고 나면 땀으로 범벅이 되 있기가 일쑤고요, 하루 종일 의기소침해지기까지 하거든요. 이건 뭐, 사업적으로도 죽겠는데 꿈까지 힘들게 한다니까요.”

심리학자 프로이드가 주장한 ‘주둔군이론’이 있습니다. 주둔군(駐屯軍)이란 어떤 지역에 일시적으로 머물고 있는 군대로, 보통 전투를 하는 부대가 특정지역을 점령하면 그곳에 배치시키는 군인들을 말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 승리를 거듭하던 부대가 어느 전투에서 패퇴하는 상황이 오면 그들이 돌아가는 곳이 바로 가장 치열하게 접전을 했던 지역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처절한 사투의 현장에 가장 많은 주둔군을 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프로이드는 이 같은 현상을 인간의 정서적 퇴행(退行)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무언가 잘 나가다가 어느 순간 막히게 되면 과거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퇴행의 자리는 바로 과거에 가장 치열했고 힘겨웠던 시간입니다. 과거의 전장(前場)에 주둔하고 있는 아린 기억들과 상처들이 잘 가시지 않는 향기처럼 우리의 마음에 배어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현실이 힘들어지면 과거의 괴로웠던 상황이 자신의 고향인양, 운명인양 생각합니다. 마치 쥐며느리가 자기 몸을 웅크리는 것처럼 깊은 침잠(沈潛)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고난의 시기에 우리들에게 오히려 퇴행이 아닌 전진을 명하십니다. 고난의 시기에 활동했던 선지자들을 보십시오. 이사야는 고난의 시기에 구원자의 위대한 일하심을, 다니엘은 하나님 나라의 웅장한 도래를 꿈꿨습니다. “오직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또한 뒤로 물러가면 내 마음이 저를 기뻐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 우리는 뒤로 물러가 침륜에 빠질 자가 아니요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자니라.”히브리서 10장의 말씀처럼, 우리의 점령할 고지는 뒤에 있지 않고 앞에 있습니다. 하늘의 군대는 어제가 아닌 내일에 주둔해 있고, 그 밝은 자리에서 우리를 향해 손짓하고 있습니다.

 

경기북지방회 온선교회담임 (호서대 신학박사Th.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