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평형설(Punctuated equibrium theory)이란 긴 기간 변화가 없는 평형이 유지되다가 돌연변이가 나타나 진화를 주도하고 다시 평형을 이어간다는 이론으로 점진적 진화 이론(Gradualism)인 자연선택설과 상반되는 진화 이론이며, 진화론자 굴드(S. J. Gould)와 엘드리지(N. Eldredge)가 대표적 학자이다. 다윈의 점진적 진화 이론에 대한 증거 화석이 존재하지 않음에 따라 오랜 기간 종이 정지했다는 것을 인정한 진화론 학자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내놓은 학설이 단속평형설인데, 일명 ‘바람직한 괴물 이론’으로 통한다. 이 상반된 두 이론에 대해 국내 과학교과서는 둘 다 맞는다고 서술하고 있지만 실제로 단속평형설은 점진적 진화 이론을 부정하고 있으며 기존 다윈 이론을 보완한 신 다윈주의 이론들과 대립하며 충돌하는 내용이다.
종의 불변성에 관해 진화론자들의 의견도 상반되게 나뉘었다. 1980년 굴드가 출간한 <판다의 엄지(Panda’s Thumb) : 바람직한 괴물의 복귀>에는 종의 정지를 인정하고 새로운 이론을 주장하는 과정이 나타나 있다. 1982년 엘드리지 등에 의해 <인간 진화의 신화(The Myths of Human Evolution)>가 출간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었다. “다윈이 예상했던 (오랜) 시간에 걸쳐 모든 생물계에서 광범위하면서도 점진적으로 종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가설은 반증되었다. 화석 기록이 분명하게 말해주듯이 엄청날 정도의 해부학적인 보존이 있을 뿐이었다. 다윈이 예상했던 화석은 실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1986년 엘드리지는 <뉴 사이언티스트>에 ‘진화는 점진적?’이라는 논문을 통해 아래와 같은 주장을 했다. “다윈 이후 고생물학자들은 다윈이 예견했던 점진적 진화과정을 거친 전형적이면서도 점진적으로 변형된 화석 종들을 찾고자 노력했으나 대부분 실패했으며, 반박의 여지가 없는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화석에 나타난 종들은 실상은 여러 시대의 지질연대를 거치더라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종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3년 굴드가 학술지 <내추럴 히스토리>에 ‘코델리아의 딜레마’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의 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화석) 종은 불변하며, 이러한 무진화 현상이 오랜 기간의 지질연대 층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모든 고생물학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 이유는 화석종의 불변성이 무진화에 대한 증거가 되어 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다윈의) 이론과 (상반되므로) 흥미 없는 연구결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너무도 광범위한 화석종의 불변성은 당황스러운 실상이며, 결국은 무진화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1993년 굴드와 엘드리지는 학술지 <네이처>에 ‘단속평형의 시대 도래’라는 논문을 발표해, 명백한 사실을 외면하는 기존 진화 학계를 꼬집었다. “종의 불변성은 진화의 부재를 필연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기존 진화 학자들은) 이러한 진화의 부재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었다. 고생물학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진화의 부재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흥미롭게 여기지도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그러나 단속평형설에 대한 반론도 많아 진화 이론 자체의 모순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 하버드대학의 진화생물학 교수 에른스트 마이어(E. Mayr)의 글은 단속평형설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적 괴물 출현은 잘 확립된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괴물들은 단지 ‘절망적(바람직하지 않은)’ 기형에 불과한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 이 괴물들은 너무도 비균형적이어서 (집단의) 안정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제거되지 않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돌연변이가 과격하게 일어나 표현형에 더 많은 영향을 줄수록 (생존을 위한) 적응의 가능성은 더 희박해지는 것이다. 과격한 돌연변이에 의해서 새로운 생존형이 나타나 적응을 성공적으로 해나갈 것을 믿는 것은 마치 기적을 믿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하겠다. 더구나 이 절망적 괴물은 맞는 짝을 찾아 정상적인 집단으로부터 떨어져서 번식으로 독자성을 확립해 나가야 할 터인데, 내가 본 견지에서는 이는 극복이 거의 불가능한 장애요소라 하겠다.”
한마디로 돌연변이를 통해서는 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므로 진화 이론들은 그 안에서도 극심한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랜 시간 점진적으로 진화가 일어났다는 이론(자연선택설)이나 갑작스럽게 진화가 일어났다가 소강상태를 보인다는 이론(단속평형설)이나 과학적 이론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것이 오늘날 진화론의 최고봉에 선 사람들이 겪는 비과학적 현주소인 것이다. <끝>
글 :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 출처 : 교과서 속 진화론 바로잡기(생명의말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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