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복사역연구소 고병인 소장, '가족치료아카데미' 개강
"한 알콜중독자가 두 달간 단주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는 하루에 자판기 커피를 20잔 이상씩 마셨습니다. 알콜중독에서 벗어나면서 커피중독으로 중독이 옮겨진 겁니다." 중독치료 전문가 고병인 한국회복사역연구소 소장(전 한세대 교수, 기하성 목사). 우리나라에는 알콜과 도박 등 중독자가 7백만명 이상으로 보고 되고 있다. 우리주변에도 쉽게 중독자를 발견할 수 있는 수치다. 고병인 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내로라 하는 중독치료 전문가다. 미국 풀러신학대학교에서 중독자 가족치료를 전공했던 그는 목회신학박사(D.Min)를 받아 한세대에서 상담학을 강의하며 오랫동안 강단에 섰다. 2004년 은퇴 시기와 맞물려 한국회복사역연구소(서울 서초동 소재)를 개소한 것이 중독치료 전문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출발점이 됐다. 한국교회 안에는 여러 가정사역 단체들이 '가정사역'의 붐을 일으키고 있던 때였다. 고 소장의 '회복사역'은 생소한 분야였다. 하지만 2006년 발생한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인해 도박 중독이 우리 사회에 큰 이슈가 되면서 중독치료의 해답을 안고 있는 회복사역 역시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중독은 질병입니다. 문제는 이 질병은 가족들에게 전염되면서 '가족의 병'으로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고 소장은 어떤 자리에서든지 회복사역을 설명하는 기회를 만나면 중독의 심각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도박, 알코올 중독의 이외에도 도박의 종류는 다양하다. 쇼핑중독, 음식중독, 섹스중독, 종교중독까지 그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이웃이 사실은 '종교중독자' 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나친 전도활동, 지나친 기도와 지나친 성경읽기로 가정을 돌보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중독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기껏해야 이 지구상에 10퍼센트 내욉니다. 지구의 현실은 중독과 학대, 정서적 외상을 앓고 있는 겁니다." 고 소장은 중독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 저변에 알게 모르게 얼마나 확대돼 있는지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는 불행하게도 현대 교회 역시 중독, 학대, 외상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중독을 눈치 채지 못해도 하나님은 아십니다. 하나님은 현실을 정확하게 보시기 때문이겠죠." 고 소장은 회복사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원그룹'이라며, 이를 통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매주 한 번씩 열리는 '지원그룹'에서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상처와 아픔, 고통을 털어놓는다. 철저한 비밀유지 원칙을 기본으로 한 지원그룹에서 그룹원들 중에는 도박중독자도 있을 수 있고, 섹스중독자도 있을 수 있고, 알콜중독자도 있을 수 있다. 부부갈등, 자녀와의 갈등, 이혼위기, 사별, 어린시절의 상처가 해결되지 않아 성인으로 살아가는데 어 려움을 겪는 사람, 자아정체감을 찾고자 하는 사람 등 지원그룹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지원그룹 안에는 처음부터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는 용감한 사람도 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는게 쉬워진다. 이것이 '고백과 나눔'이다. "고백과 나눔을 통해 참여자는 자기개방, 정직, 겸손 등을 배우며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사는 법과 용서를 배워 초대교회의 영성회복을 체험하게 됩니다." 지난 20여년 간 고 소장 너무나 다양한 중독자들을 만났고 회복의 과정을 지켜봤다. "알콜 중독자들은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깊은 상처를 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의 아픔도 커지고 그들도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알콜중독자가 중독을 치료했다 하더라도 가족이 함께 치료받지 않는다면 그 가정은 온전히 회복될 수 없습니다." 가족치료의 개념이다. 환자의 증상은 가족 상호간 역동적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가족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이뤄지는 임상적 접근과 치료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가족의 참여 없는 환자만의 치료는 어렵고 증상이 호전되어도 병적인 가족환경으로 되돌아가면 다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상처받은 가족 역시 치유의 대상입니다." 가족치료의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하는 고 소장은 최근 '가족치료 아카데미'라는 교육과정을 연구소에 개설했다. 오는 3월 11일부터 매주 목요일, 2년 4학기 과정으로 개설되는 아카데미에는 기존 상담학교에서 기초과정을 이수했거나 상담학 전공자로 가족치료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위한 교과목이 편성돼 있다. 가족치료 이론, 가족발달주기, 정신역동적 가족치료 등이 차례로 개설된다. 또한 동 연구소는 매주 월요일마다 회복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기초과정 '회복사역 아카데미'와 매주 화요일 진행되는 '사모회복사역아카데미'를 3월 8일 개강한다. 이 아카데미는 교회 및 상담기관에서 회복사역을 인도할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촛점을 맞춘 교과과정이다. (문의:02-3473-8777)
김진영 차장(nspirit@hanafo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