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 ― 부활절에 부쳐
언덕에 올라설 때, 나는 순하디 순한 한 마리 어린양 되어 발걸음 처참한 형틀로 끌려갑니다 고백합니다, 처음부터 내 외로운 죽음은 시작됩니다 아무 동정의 눈길 하나 없이 내 수치는 하나하나 벗겨져 내리고 사랑하는 내 님마저 고개를 돌려버린 아픔에서 폭력자들의 수많은 회초리는 내 부끄럽고 떨리는 알몸을 내려칩니다 살갗이 찢어지고 등허리가 터지고 피가 낭자하고, … 마침내 마침내 대못소리 山川을 울리고, 나 걸레조각처럼 나무에 걸쳐집니다. 모르실겝니다, 이때의 숨은 내 절규을, 처절한 내 외로움을, 핏빛 이슬 반짝이는 내 눈물을, 창끝이 내 옆구리를 찌를 때 눈앞은 캄캄하고 태양도 우느라고 빛을 잃습니다 그러나 이때 내 님은 이미 찬란한 영광을 준비하시고 그 영광이 어찌 큰지 무덤까지 깨트리고 도마의 눈앞에 못자국을 보이고 그대들의 메마른 가슴에 샤론의 꽃씨를 심습니다 아시겠는지요, 그대들의 정겨운 뜰 화원이 어떻게 가꾸어졌는지를 어떻게 화원 사이 자갈밭 행복한 웃음소리가 그다지도 낭랑한가를, 묻겠습니다, 그러나 그대들 내 수치의 혈흔이 빚어낸 그 영광을 진정 아시는지요? 진정 진정 그 영광을 그대들도 누리시는지요? 그렇다면 내 영광은 그대들 화원의 풀잎에 지나지 않는지요?
예하성 증경총회장 갈릴리교회 원로목사
(李 窓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