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의 환자들 몰려들어 치료 요구, 향후 대책 절실
지난 12월 8일부터 2주간의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대북지원 기독교 민간단체 유진벨재단 대표 스테판 린튼은 지난 11일 방북 보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3년 전부터 진행해온 북한 내성결핵 치료에 대한 시범사업을 이번 방북을 계기로 본격화 하겠다"고 밝혔다. 유진벨재단은 2007년부터 내성결핵 치료의 시범사업으로 환자들의 객담 샘플을 채취해 와 남한에서 검사하고 환자 개별 치료약을 지원해 왔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예상치 못한 환자들의 관심을 통해 이 사업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테판 린튼 회장은 "기존의 내성결핵으로 밝혀진 환자들의 객담을 받기 위해 찾은 평양시의 한 결핵료양소에서는 350명이 넘는 환자들이 대표단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유진벨에서 지원하고 있는 내성결핵약의 치료효과가 소문으로 퍼지면서 몇 차례의 일반 결핵약으로 치료가 어려워 포기하고 있던 환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유진벨 재단은 지난 봄, 방문에서 가져온 객담 검사결과를 가지고 이번 방문에서 약 300여 명분의 2차 치료약제를 환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내년 봄에는 두 배가 넘는 약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 PIH(Partners in Health)의 결핵 전문가가 직접 동참했다. 객담 샘플 채취부터 환자들의 챠트 관리, 결핵약 전달 등의 일련의 사업 진행과정을 참관 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재단 측은 밝혔다. PIH 결핵전문가는 최근 북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을 통한 무분별한 내성결핵약이 들어오기 전에, 보다 체계적인 관리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유진벨을 통해 밝혔다. 구소련과 남미 등 세계 여러 곳의 결핵사업을 해 온 경험이 있는 그는 “구소련의 경우, 갑작스럽게 늘어난 다제내성 환자로 인해 한때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뒷받침 된다면 반드시 내성결핵은 잡을 수 있으며 향후 부담하게 될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조언했다. 내성결핵은 일반 결핵치료약에 내성이 생겨 2차적인 항생제를 써야 하지만, 고가의 약값이 소요될뿐더러 완치율도 낮아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내성결핵환자에게 전염된 환자는 바로 내성결핵이 되기 때문에, 확산될 경우 에이즈 못지 않는 위협적인 질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재단측의 설명이다. 유진벨이 촬영해 온 영상을 통해 결핵치료에 실패해 거동조차 힘든 딸을 데리고 온 한 노인은 “의사이면서도 결핵에 걸려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딸을 보며 너무 안타까웠는데, 내성결핵도 치료해 준다는 소문을 듣고 어렵게 찾아왔다”면서 “딸이 이제야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이 비춰졌다. 린튼 회장은 “북한의 내성결핵 환자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북한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내성결핵 치료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업은 NGO 차원의 예산을 넘는 사업"이라면서 "한국 교회와 사회적 지원에 대한 관심을 긴급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nspirit@hanafo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