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맘 때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 택시 기사님이 중년의 한 아주머니를 내려놓고는 가버렸다. 몸과 마음이 병들고 상처투성이에 정상적인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는 아주머니는 어쩌면 우리에겐 힘든 사람이었다. 얼마 후, 장의 상단부분을 끊어내는 목숨까지 장담할 수 없는 큰 수술을 일산 백병원에서 하게 되었다. 보호자도 안계시고 수술비는 우리에겐 역부족 이었으나, 일단 생명이 급했기에 어머니는 그 아주머니의 보호자가 되어 수술을 잘 마치게 되었다. 어마어마한 수술비는 병원과 주위의 아름다운 분들을 통해 감당할 수가 있었다. 수술 후 어머니의 헌신적인 간호와 기도로 건강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그 아주머니는 우리와 함께 한식구로 생활했으나, 이젠 하늘나라에 가셔서 계시지 않지만, 예빛마을의 식사 후 설거지를 도맡아 하시던 아주머니, 늘 기쁜 표정으로 설거지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렇게 한 아주머니로 시작 된 일이 예빛마을을 현재까지 오게 하였다. 어머니는 사회복지학에 관련된 공부를 하신 적이 없으시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노인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나보다 더 잘하신다. 수많은 강의를 듣고 많은 책을 보았지만 어머니의 복지는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복지는 빼어난 테크닉이나 이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을 몸소 가르쳐주신 어머니는 나의 스승이시다. 테크닉은 시간이 해결 할 수 있지만 마음은 시간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난 잠시 잊어버릴 때가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사회복지를 외부의 요인(제도, 정책, 프로그램 등)에서 찾으려고 한다.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기본이 되며 가장 중요한 마음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태도의 변화 없이는 진정한 삶의 복지는 먼 얘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시간에도 사회복지의 수많은 현장에 헌신과 봉사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조건이나 환경과는 무관하게 변함없이 이 일을 기쁨으로 감당하는 이들이 많이 계신다. 새벽 4시 30분에 기도로 시작되는 어머니의 하루 일과는 거의 12시가 지나서야 하루를 마칠 수 있다. 한결같이 변함없는 어머니는 완전할 순 없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을 감사와 기쁨으로 흐트러짐 없이 계속해서 하실 것이다. 유난히도 긴 겨울이 봄을 시샘하고 있다. 그렇지만 남녘에선 이미 봄 꽃 소식으로 가득하다. 모두에게 따스한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어머니는 나의 마중물이십니다. 사랑합니다.
신정욱(1968년) 파주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노인분과위원 파주시사회복지사협회 사무국장 파주시노인복지시설협의회 사무국장 명지대 사회복지대학원 노인복지전공 예빛마을(노인장기요양보험지정시설) 시설장
각주)----------------- 주;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아니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한 바가지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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