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본부 법무국장
안기호 목사
하나님은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신의의 잣대요, 정직과 진실을 갈음하는 최고의 가치이며, 원칙의 문제다. 그래서 성경은 "주의 장막에 머무를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 그리고 한 번 약속한 것은 손해가 될지라도 깨뜨리지 않고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씀하고 있다(시15:1-4). 성경은 구약과 신약, 즉 '약속'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약속의 중요성과 가치를 말해 준다. 다시 말해서 약속은 그 무엇과도 비하거나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구원도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맺어진 약속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이해관계 때문에 약속을 깨뜨리고 신의를 저버리는 사람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힘들다. 하나님의 은혜로 애굽의 속박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간의 광야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들의 성공적인 가나안 입성은 정탐군들을 숨겨준 라합의 도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라합의 도움에 답례하기 위해 그들은 라합과 붉은줄 약속을 하였고,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고 그 성을 정복하게 되었을 때, 경황이 없는 중에도 제일 먼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라합의 집을 찾아서 그 가족들과 친족들을 이끌어 구원하였다. 하나님은 가나안에 입성한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부족들과 화친을 맺지 말고 진멸하라고 명령하셨다. 그런데 하나님이 함께 하심으로 승승장구하는 이스라엘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 기브온 주민들이 멀리서 온 부족처럼 속이고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게 된다. 여호수아와 족장들은 그들에게 속아서 실수로 화친을 맺게 되었으나 한번 한 약속은 어떤 이유에서든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에 백성들의 원성과 하나님의 진노를 감수하면서까지 끝까지 그들을 보호해 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성경은 "내가 서원한 것, 즉 약속한 것이 실수라고 말하며 지키지 아니하면 하나님께서 진노하사 그 손으로 하는 것을 멸하실 것"(전5:6)이라고까지 하셨다. 훗날 사울은 여호수아 시대에 그 조상들이 기브온 사람들에게 한 약속을 무시하고 기브온 사람들을 죽였다. 성경은 그 사실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기브온 사람은 이스라엘 족속이 아니요 그들은 아모리 사람 중에서 남은 자라 이스라엘 족속들이 전에 그들에게 맹세하였거늘 사울이 이스라엘과 유다 족속을 위하여 열심이 있으므로 그들을 죽이고자 하였더라"(삼하21:2). "사울이 이스라엘과 유다 족속을 위한 열심히 있으므로 그들을 죽였다"는 말은 국익 때문에 약속을 무시하고 기브온 사람들을 죽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다윗 시대에 삼년 동안 기근이 들었고, 결국 사울 집안 사람 7명의 목을 매달고 나서야 기근이 그치게 되었다. 길르앗 사람 입다는 암몬과 전쟁을 하러 나가면서 하나님께 이렇게 서원하였다. "주께서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넘겨 주시면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삿11:30). 그런데 불행하게도 입다의 무남독녀 외동딸이 제일 먼저 그를 맞이하러 나왔다. 사실 사람을 번제물로 드리겠다는 그의 약속은 무지함에서 나온 실수였다. 그리고 어찌 무남독녀 외동딸을 번제물로 드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비록 가당치 않은 서원이기는 했지만 약속이기에 지켜져야만 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교단이 대통합 된지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재단법인 재산에 흑심을 품은 몇 사람이 횡령죄로 궁지에 몰리자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통합을 시도하였다가 뜻을 이루자 돌연 입장을 바꾸어 이미 적법하게 마무리 된 대통합을 전면 부정하고 나서면서 교단이 숱한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다. 불의한 의도를 가진 몇 사람이 북치고 장구치며 교단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세 교단은 제56차 정기총회에서 총대원 만장일치로 통합추진위원들에게 통합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여 통합을 결의(2007. 6. 15.)한 다음, 이를 대내외에 공포하는 대통합선언대회 및 감사예배(2007. 10. 15.)를 드렸다. 세 교단 총회장은 손을 잡고 그 자리에 모인 모든 회원 및 성도들,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 나아가 하나님 앞에서 “우리 세 교단은 통합했습니다. 우리는 통합했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선포하고, 이어서 대표총회장으로 선출된 조용목 목사가 “나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통합측,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수호측, 예수교대한하나님의성회, 세 교단 총회가 위임한 권한과 권위로써 통합특별위원회를 대표하여 세 교단이 오늘 통합을 결의한 것과 완전 통합된 것을 선언합니다” 하고 큰 소리로 선포함으로써 세 교단이 하나로 완전 통합되어 대통합된 교단이 탄생하였음을 공포하였다. 이는 세 교단 사이의 약속일 뿐만 아니라 한국교계에 선포하는 대외적인 약속이었고, 나아가 하나님 앞에서 맺은 약속으로써 절대로 변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8. 5. 19. 구 통합측 제57차 정기총회에서 박○배 목사는 의장 자격으로 “절대로 지금은 통합은 되어져 있다. 다만 행정적인 일치를 특별법이냐 모법이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며 통합은 이미 완료되었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그는 제57차 정기총회를 한 달 여 앞둔 2007. 4. 22.에 통특위 의장 및 위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했다. "본인은 2008년 5월 20일 대통합성총회가 명실공히 통합총회로서 흠결이 없도록 통특위에서 개정한 통합헌법을 기하성 제57차 총회에서 책임지고 통과시키겠습니다. 어떤 이유든 상기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는 다음의 법적 책임을 지겠습니다. 다음. 1. 상기 약속을 지키지 못하므로 귀하가 입게 된 명예훼손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2. 통합추진을 위해 사용된 모든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 그는 이 서약서에 서명을 했고, 서상식 목사, 배진기 목사, 이영훈 목사, 박광수 목사가 입회인으로 서명을 했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어기고 2008년 5월 20일 통합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이탈하여 이천순복음교회 주차장에서 일부 회원들과 함께 또 다른 총회를 열고 그 자리에서 총회장에 선출되었다. 그런데 그 이틀 후인 2008. 5. 22. 스스로 통합된 교단 대표총회장 조용목 목사를 찾아와서 자청하여 각서를 쓰고 서명을 했다. 그 각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총회임원회를 소집하여 2008. 5. 26.(월요일) 설득하여 만약 총회 임원들이 듣지 아니하면 박○배 목사는 혼자라도 통합에 합류한다.(조건없이 합류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 민법 제2조에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상대편의 신뢰에 어긋나지 아니하도록 성의 있게 행동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써 민법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이 원칙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금반언의 원칙(estoppel)에서 유래한 것이다. 금반언의 원칙이란 이미 표명한 자기의 언행에 대하여 이와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하는데, 영미법에서 "estoppel의 법리"로 발전된 것이 독일법에 수용되었고, 다시 독일법 이론이 한국에 수용되어 신의성실의 원칙이 된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약속을 목숨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고 신의를 지켜야 한다. 목회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신의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불의한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이용하는 목회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교단통합과 관련한 재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종교법에 무지한 일부 판사가 교단통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법리를 내 세워 민법의 기조를 이루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 행동을 하는 일부 탈선한 목회자들의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수용하고 있는 데서 오는 일종의 해프닝이다. 하급심 재판부가 무슨 이유에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하였는지는 몰라도 이는 결과적으로 종교의 타락을 부추기는 불행한 일이다. 아무쪼록 앞으로 남은 상급심에서 바로 잡히기를 바랄 뿐이다. 지도자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신의성실에 입각하여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 교단의 지도자들 그리고 선배들이 신의성실에 입각하여 회원들이나 후배들의 신뢰에 어긋나지 아니하도록 성의 있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사법부가 금반언의 원칙이라는 토대 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판결을 내리는 신실함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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