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1일 수요일 오전 50대 남성인 문성환(미국, 56세)씨가 아산병원에서 간기증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오후, 입원을 하기 위해 병원에 도착한 문씨의 얼굴에는 긴장감 대신 여유로운 미소가 보였다. 입원에 필요한 준비물도 빠짐없이 챙겨왔고, 수술을 위한 사전 질문이나 유의사항에도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2000년 7월 신장기증을 한 일이 있어서인지 간이식수술을 앞두고도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2000년에 신장기증 수술을 한 경험이 있어서 가족들의 동의를 얻는 것도 그때보다는 훨씬 쉬웠습니다”
2000년, 신장기증을 하기 위해 문씨는 미국 워싱턴에서 오랜만에 고국을 찾았다. 다른 이유는 하나 없이 단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생명을 나누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온 것이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아 절차를 밟아 나갔는데, 수술을 앞두고 어머니에게 동의를 받으려 하자 반대가 심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아들이 신장을 하나 떼어주기 위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라신 것이다. 수술이 한차례 연기가 될 정도로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어머니를 설득했고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그리고 12년 흘러 올해 다시 생명을 나누기 위해 고국 땅을 밟았다. 이번엔 간의 일부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신장을 기증할 당시 간도 기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정보가 없어서 한꺼번에 둘 다 기증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한 번에 두 개의 장기를 기증할 수는 없다고 해서 먼저 신장기증을 했지요”
신장기증 후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문씨에게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가 임신을 한 것이다. 그때 얻은 딸이 자라 벌써 11살이 되었다. 아이가 자라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간기증을 결심했던 그때의 마음을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2011년 12월,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한국을 찾았고, 간 기증 수술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갔다. “다행인 것이 지금 제 나이가 간기증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하더라고요. 늦지 않게 간을 기증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간을 기증하기 위해 다시 태평양을 건너 한국을 찾은 문씨에게 가족 동의가 또다시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신장을 기증한 후 10여년의 시간이 흘렀기에 가족 동의 없이 본인의 의사만으로 생존시 장기기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지만, 여전히 가족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었던 것이다. 아들의 신장기증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어머니도 반대가 심하지 않았다. 문씨는 지난해 간을 기증한 전형자씨의 기사를 보여주며 “이 여자분도 신장을 기증한 후 간을 기증했는데 건강하게 잘 생활하지 않느냐”며 가족들을 설득했다. 가족들은 이번에도 결국 문씨의 손을 들어주며 간기증을 동의해주었다.
“저도 크게 아픈 경험이 있어서 병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씨는 28살 무렵 폐 절제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폐결핵으로 투병을 해오던 문씨는 젊은 시절 대다수를 병원에서 보낼 정도로 건강이 좋지 못했다. 허리가 19인치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말랐었고, 폐결핵에 다른 질병들까지 겹쳐 고통이 항상 뒤따랐다. 28살 무렵 수술이나 한번 받아보고 죽자는 생각에 폐 절제 수술을 받았고,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그 후 건강이 회복되어 40대 중반에는 신장을 기증하기에 이른 것이다. 옷을 걷어보면 몸에는 온통 수술 자국이라서 대중목욕탕에 가면 사람들이 피한다고 웃으며 말하는 문씨는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이 있기에 병으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문씨가 간을 기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 지난해 12월이니 수술이 끝나고 회복기간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가면 꼬박 6개월 동안을 일을 하지 못한 것이 된다. 생명을 나누기 위해 6개월 동안이나 생업을 포기한 문씨는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야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마음을 먹었을 때 실천에 옮겨야죠”라며 웃어보였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문씨의 지극한 사랑에 주변 사람들도 감동하여 지인들 중에는 사후 장기기증을 신청하고, 생존시 신장기증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문씨는 “주변 분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장기기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때 무엇보다 보람을 느낍니다”라며 “이번에 제 간의 일부를 받으신 분도 그동안 투병생활을 하시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이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이식인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두 번의 장기기증과 한번의 폐 절제 수술로 신장도 한쪽, 폐도 한쪽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그 빈 자리를 사랑으로 가득 채운 문성환씨처럼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장기기증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이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문의처: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02-363-2114(내선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