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저자 김영아
“참 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만났습니다. 그 아픔들 앞에서 때로는 울었고, 때로는 웃었고, 때로는 치유되지 않은 제 아픔과도 만났습니다.” ‘행복한독서치유학교 교장(경기도 일산시 백석동 소재)’ 김영아 교수(이화여대 평생교육원 독서치료 지도교수)는 독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를 돕고 있다. 어딘가 다치거나 병에 걸려 병원에 가면 의사는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세요?”하고 질문한다. 그런데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이런 질문을 하기가 어렵고 질문한다 하더라도 “어디가 아프다”하고 시원스럽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어딘지 딱 꼬집어 짚어낼 순 없어도 현재 삶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 마음 속 그림자를 지니고 산다. 그 그림자는 갈등상황이나 사건을 만나면 폭발하게 된다. 피해자는 가족,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후회감이 밀려온다. “자신의 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독서를 통해 접근합니다. 상담소를 찾아가는 것 보다는 더 쉽게 용기를 낼 수 있어요.” 책을 통해 느낀 감정이 어린 시절 내 모습과 동일시되면서 눈물이 나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통찰'의 과정을 거친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알아내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연결하게 된다. ‘아~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말씀이 이것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으면 삶은 더욱 역동적으로, 새롭게 변화될 수 있다. 김 교수는 ‘행복한치유학교’에서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상처받은 많은 이들을 만나 독서를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돕는 것이다. “여럿이 같은 책을 읽더라도 저마다 밑줄 긋는 구절이 다릅니다. 가령 소설을 읽을 때 누군가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지만 누군가는 남들이 다 욕하는 악당에게 공감하기도 하고 더러는 주변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했으나 누구도 그 희생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허탈해 하는 사람은 ‘외딴방’을 읽을 때 주인공 ‘나’ 보다는 ‘오빠’의 삶을 그윽하게 바라보게 된다는 의미다. 독후감을 발표하는 시간에는 마음속의 환부가 들어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김 교수는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아픔의 회복으로 인도한다. “책을 읽을 때 담담하게 넘길 수 없는 책장, 거기에 내 안의 상처가 녹아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책은 더러는 외면하고 싶고 얼른 찾아내 없애고 싶은 마음 속 그림자, 언젠가는 만나야 할 또 다른 나를 비치는 거울입니다.” 그녀는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기는 등 질곡 많은 삶을 살아왔다. “열등감과 거절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저 자신을 위해 실력을 갖추고 자신감으로 철저히 위장하는 것이었습니다.” 결혼 후 남편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경제적 무게를 짊어지던 때,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쳤었다. “그때 아이들에게 상처가 많은 걸 알았어요. 그리고 책이 아이들 마음을 들여다보는 좋은 수단이 된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어요.” 논술지도로 정평있는 강사가 된 김 교수는 자신의 삶이 허울뿐이었고 진정한 내가 아닌 난폭한 그림자의 괴물이 만들어낸 ‘상처 난 나’라는 사실을 아픔 속에 깨달았다. 이화여대에서 국문과과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던 그녀는 이대 평생교육원에서 독서치료 지도자 과정을 3년간 지도했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도 여러 해 동안 독서를 통한 집단 프로그램을 맡았다. 그렇게 그녀는 마음이 상한 영혼들과 만나 책을 통해 공감하고 아픔을 나누는데 열중했다. 김 교수는 좀 더 편안한 만남의 장을 갖고자 ‘행복한 독서치유학교’를 열었고, 매주 수요일에는 주부들을 위한 무료강의를 진행한다. "치유학교의 모토가 아픈 영·혼·육이 치유되어 건강하게 회복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하나님께로 돌아오도록 돕는 것이죠. 치유학교는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소명입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저의 삶은 아마도 치유학교의 준비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주부들에게 독서치료를 통해 자녀들과의 고민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인도하고, 자녀들의 학업 등의 문제를 상담했다. 뿐 아니라 군부대의 군인들을 대상으로 주 1회씩 독서치유 집단 상담으로 자원봉사 해왔다. “그들을 위해 제가 봉사한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습니다.” 요즘 김 교수는 개 교회에서 ‘독서설교’의 노하우를 강의하는데 열정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먼저 독서치료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 교수다. "한 달의 한 주만이라도 목사님께서 책을 가지고 설교를 하시면 성도들이 더욱 공감하기가 쉬우실 겁니다. 성경 속의 무수한 인물들을 통해 나만의 고통과 아픔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 누구에게나 있는 아픔과 고통이라는 객관화된 깨달음을 가지게 됩니다.“ 김 교수는 독서설교를 통해 성도들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한 번 잘 살아 보아야겠다는 진정한 용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것이 주님이 바라시는 선한 싸움에서 승리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의 자녀의 모습일 것이란다. “또한 교회에서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시길 제안합니다. 성경 뿐 아니라 독서를 통해서도 성령의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랑하셔서 은혜를 주신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을 성도들에게 경험시킬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한 주만이라도 교회차원에서 성도들에게 추천하는 도서를 성경과 연결하여 그들의 상한 감정을 중심으로 한 내적치유의 설교를 한다면 훨씬 이해도 쉽고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도 좋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4년에 걸쳐 독서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그녀는 최근에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삼인)를 펴냈다. 이 책에는 그녀가 독서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난 내담자들의 아픔과 치유되는 과정을 담았다. 김 교수는 ‘책’이 주인공이 아니라 여러 책을 통해서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털어놓는 아픈 이야기가 주인공이라고 전했다. (행복한독서치유학교 031-938-1669)
김진영 기자(nspirit@hanafo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