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신앙의 산책-전오 권사2013-12-06 09:16
작성자 Level 8

쉴만한 물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 하시는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적으로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첫 기도는 시편 23편 1절로 2절 말씀이다. 지난밤도 단잠 꿀잠으로 인도하시고 소망의 새 날, 거룩한 새 아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기도이며 나의 고백이다. 부족하고 우매한 나에게 분에 넘치는 삶인 푸른 초장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며 감사치 아니하겠는가? 벅찬 마음과 기쁨의 마음으로 눈을 뜨며 기도로 아침을 활짝 연다.
나의 아이 이삭이 2009년 5월, 결혼 후 3개월을 함께 지내다 포털사이트 D사의 연구원으로 삶의 터전을 제주로 옮겼다. 신혼부부가 아름다운 제주에서 꿈같은 신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엄마도 퇴임하고는 제주에서 함께 살자고 권유하곤 했다. 아이들이 제주에 있으니 5일 정도의 휴일이 이어지는 기회만 오면 놓치지 않고 제주에 갈 계획을 세우곤 했는데 그 때마다 상큼하고 신선한 제주의 향기와 이국적인 풍광에 가슴이 설레도록 감동을 받는다. 아이들 말처럼 생활근거지를 아예 옮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일 년에 한두 달 정도 내려와서 청정한 공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나님의 선물 예쁜 솔도 태어나고 꿈처럼 3년을 잘 살던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판교로 옮기겠다고 하였다. 요즘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입되어 있는 가입인원 7천만 명이 넘는다는 K사로 이직을 하겠다고 하여 물론 엄마로서는 대 찬성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솔을 매일 보는 행운과 서로 떨어져 있으니 바람만 세게 불어도, 비만 세차게 와도 서로를 염려하며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하는데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에 아이들이 올라오는 것은 대 찬성이다. 한동안은 제주에 정착할 것처럼 조그마한 아파트를 사서 예쁘게 리모델링을 하고 교육기관도 알아보며 얼마간 마음을 결단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올라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퇴임 후에는 교회 옆에 위치한 새로 건축된 아파트로 입주할 계획으로 수원 최초 랜드마크인 34층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다행히 퇴임일자와 입주일자가 잘 맞아 설레며 입주를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우선 가장 좋은 점은 교회가 170미터, 바로 지척이라 주일예배는 물론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철야예배를 차를 타지 않고도 걸어서 몇 분만 가면 되는 위치에 있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또한 주변에는 아주대를 비롯한 대학병원이 모두 위치해 있고 백화점, 대형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이 이웃이어서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치다. 년말부터 입주가 시작되기에 주일예배를 마치면 아파트를 한 바퀴 돌면서 기도드리곤 했었다.
“하나님, 견고하고 편리하고 아름다운 아파트로 완공되게 하여 주시고 전 세대를 하나님의 자녀로 전도할 수 있는 능력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전 세대를 전도할 수 있을까요? 팥죽을 끓여서 집으로 초대하여 전도 할까요? 아님?”
고구마 전도, 콩나물 전도, 진돗개 전도 등, 다양한 전도방법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많은 전도자들을 보며 나도 언제쯤 저렇게 전도를 할 수 있을까? 그들이 무척 부러웠던 터라 나름 전도 방법을 모색하며 입주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올라오겠다는 소식이 온 것이다. 그동안 구상했던 일들이 자칫 전면 수정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인계푸르지오아파트는 아무래도 아이들과 함께 살기에는 공간이 부족할 것 같고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가 판교로 출퇴근하기에 교통편이 적절하지 않아 하나님께 기도로 아뢰어 인도하심을 받아야만 했다.
“하나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퇴임하면 교회 곁에서 하나님과 목사님과 교회와 성도님들을 섬기며 하나님의 충성된 일꾼으로 헌신하며 노후 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계시나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 16:9)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한동안 기도를 드린 후 응답 받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비록 나의 길을 내가 계획할지라도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기에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이며 어디든지 아멘으로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자세라고 생각하였다. 사람의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기에 분명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께서 최고의 결과를 주실 줄 믿고 감사하며 순종하기로 하였다.
아이는 당장 9월 1일부터 근무를 해야 하기에 일단 제주의 짐을 가지고 올라와야 했다. 짐은 익스프레스 콘테이너에 보관해 두고 우선 필요한 짐만 챙겨 함께 생활하면서 집을 알아보아야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판교로 통하는 지역을 검색하다 보니 분당, 죽전, 보정 전철역이 라인으로 검색되었다. 손자 솔의 교육문제와 주거지역을 감안하여 결정한 곳이 보정이었다. 다행이 시기에 맞추어 적당한 매물이 있어 방문해보니 입주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아직은 새 집 같은 깨끗한 분위기에 평수와 가격도 우리 형편에 맞고 우선은 역세권이라 출퇴근이 용이하여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 살던 집도 쉽게 처리되어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비록 몇 군데 리모델링할 부분이 있었지만 그 또한 잘 진행되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추석을 사흘 앞두고 이사를 하였다.
집을 정할 때의 조건은 교회와의 거리가 첫째였고 두 번째는 조망권이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교회와의 거리와 조망권 만큼은 우리의 계획과 다른 교회에서 10km 떨어진 용인 보정에 3층을 허락하셨다. 인계푸르지오 34층은 우리의 계획이었지 하나님의 예정하심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모든 일의 진행 상황으로 보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아니고는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진 여러 세대의 이사 일정이 그렇게도 간단히 해결될 수가 없었다. 모든 상황은 한 군데서도 막힘없이 너무도 술술 풀렸고 이사 일정이나 물질 등 준비과정이 하루의 오차도 없이 절묘하게 잘 맞았다. 분명 하나님의 계획하심이며 예비하심이 아닐 수 없어 허락하신 장막에 감사하며 순종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이사를 했다.
짐을 정리하고 거실 장식장 위에 ‘쉴만한 물가’라는 전각 액자를 세웠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복을 내려 주시어 푸른 초장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여 주심에 감사하여 항상 거실에 장식하는 가장 아끼는 액자이다. 액자를 장식하면서도 우리 가족이 현실 속에서 물가에 산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의미상 풍요로움과 평안함으로 인도하시는 우리의 삶이 쉴만한 물가라고 생각하며 기도하고 감사하였을 뿐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물가에 산다는 것은 시골 생활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기적처럼 현실로 이루어주셨다. 우리 집 앞 베란다에서 아래를 보면 맑은 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쫓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은 푸르고 싱그럽고 무성한 풀 숲 속에서 조약돌들이 훤히 보이는 수정 같은 맑은 물이 흐른다. 보정 뒷산에서 탄천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우리 아파트와 앞 건물 사이로 옥류되어 흐르는 놀라운 현실에 우리 가족은 감동했고 감사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로 우리 가정을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셨네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하나님께서는 아침에 눈을 뜨면 드리는 감사의 기도를 들으신 것이다. 그리고 현실로 이루어주신 것이다. 신음까지도 응답하시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짐에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
입술의 고백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이번의 모든 일들을 보며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희망을 말하면 희망이 이루어지고, 긍정을 말하면 긍정적인 일로 이루어짐을 보며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하나님, 감사합니다!”만을 수없이 되뇌었다.
34층, 드넓은 초원을 품은 그 곳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오히려 더욱 좋은 위치에 더 풍요롭고 싱그러운 환경의 문을 이미 예비하시고 기다리고 계셨다. 이 곳 보정에 장막을 주신 목적을 이루어 가실 것이 분명하며 우리 가정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