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온선칼럼-문찬우 목사2014-06-05 12:18
작성자 Level 8

셀프 서비스 (self service)
(마태복음 7: 7)

촌에 살고 있는 어느 노인이 모처럼 아들을 만나기 위해 상경했다. 아들과 약속한 시간보다 두어 시간이나 일찍 도착하였기에 노인은 잠시 쉬어갈 다방을 찾으려 했으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온통 영어로 써놓은 정신 사나운 간판들뿐, 다방이라곤 없었다. 결국 노인은 귀에 무언가를 꽂고 중얼거리면서 잰걸음으로 지나가고 있는 더벅머리 남학생을 멈추고 물어보았다.  “저기, 학생. 근데 말이야, 이 근처에 혹시 다방이 어디 있누?”

 “다방이요? 다방, 다방이라…… 아, 맞다. 저기 별다방이라고 있어요.”학생은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건너편에 있는 장소를 가리킨 뒤, 고맙다는 인사를 할 틈도 주지 않고 학처럼 얇은 다리를 움직여가며 축지법을 하듯 사라져갔다.

노인은 속으로‘별다방? 원, 별의 별 다방이 다 있네.' 라고 생각하며 학생이 말한 다방으로 향했다. ‘별다방이라더니, 정말 다방 문간에 머리에 별을 달고 산발을 한 여자가 그려져 있네. 거참.’노인이 다방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안에는 온통 피도 안 마른 애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눈에 거슬렸다. 몇 놈은 힐끔 거리며 노인을 쳐다보았다. ‘으흠, 뉘 집 자식들인지 참 본이 없는 놈들이구먼.’쿵, 쿵, 쿵, 쿵, 음악도 제 넘어 사는 부군당(府君堂) 할머니네 집에서 굿하는 소리 비슷했다. 그러나 노인은 참아냈다. 여긴 서울이니까. 괜히 생경스런 티를 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정작 노인의 마음에 역정을 나게 만든 것은 다방의 서비스였다. 자주 가는 읍내 다방들보다 못해도 한참이나 못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당최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았다. ‘허어, 이런 고얀 것들을 봤나?' 무려 두 시간이나 기다렸지만 노인은 커피는커녕 엽차도 얻어 마실 수 없었다. 아마도 수 백 번은 더 헛기침을 했을 것이다. 더 이상 참다못해, 노인은 카운터로 가서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 별을 단 여자를 묘하게 닮은 긴 머리 아가씨에게 호통 치듯 물었다.
 “지금 시골 노인이라고 깔보는 겨? 주문 안 받는 이유가 뭐여?”

아가씨는 빙긋 웃으며 간단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여긴 셀프예요. 셀프.”

혹시 행복을 찾고 있는가? 행복은 셀프서비스(self-service)다. 기다려도 아무도 가져다주지 않으니까 스스로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 참고: 별다방 - 주로 젊은이들이 쓰는 스타벅스 커피숍의 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