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한국교회언론회 논평2013-12-06 09:36
작성자 Level 8

종교와 정치의 그 위험한 관계

지난 22일 군산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하 정구사)이 전주교구 주도로 ‘시국 미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모 신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였고,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다. 또 25일 교계 모 언론에 출연해서도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였다.

그런가하면 극히 일부의 목사들에 의한, 정구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언행에 대하여 기독교계는 우려하며, 이 사태에 대한 견해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직자들의 잇단 정치적 문제성 발언을 두고 온 나라가 불쾌해 하고 있다. 이러한 발언으로 ‘남남갈등’의 또 다른 분쟁에 휩싸이게 된 일에 있어서 ‘종교와 정치의  위험한 관계’를 짚어보아야 한다. 종교의 올바른 사회적 위치와 역할에 대한 정리를 함으로서, 차제에 유사한 논란을 방지하고 종교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어, 기독교계의 입장을 천명한다.

종교계가 신앙의 자유와 천부인권적인 주제, 그리고 인간의 자유 등 신성불가침의 권리에 대하여 지지하고 수호하는 일에 힘써 온 것은 인류를 위한 것이기에 사회구성원들에게 지지를 받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온 것인데, 이는 마땅하다고 본다.

세속정부의 일상적인 운용(運用)에 대하여 교회가 지지하는 것은, 성경에 의한, 어거스틴의 두 개의 도성(都城) 즉 하나님의 나라와 세상의 나라, 그리고 루터의 이중왕국론, 이른바 하나님께서 오른손의 검(劍)은 영적인 정부인 교회를 다스리시고, 다른 한 손의 검은 이 세상 정부를 통치하신다는 사상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민주정부에 대하여 종교계가 대항하고, 성직자가 정치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하나님의 공의에 반하는 행위로 본다.

‘종교와 정부의 그 위험한 관계’에 대한 역사적인 교훈은 분명하다. 정부가 종교를 정권에 이용하는 것과 종교계가 정부 권력을 등에 업고, 또는 야합함으로서 세속정부와 함께 권력을 누리고 불의에 침묵함으로서 정권의 타락과 부정을 방조하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정의가 땅에 떨어지는 것으로, 그 좋은 예가 중세 로마 교회와 히틀러 시대의 독일교회이다. 그러므로 타락한 정부와 타락한 종교가 만들어 내는 결과는 실로 절망적인 것이었다.

그렇게 놓고 볼 때, 종교와 정치의 야합도 치명적이지만, 정당한 정부에 대한 종교계의 대항도 옳지 않을뿐더러, 그것은 종교와 정부를 함께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일이 된다.

정부와 정치계는 종교계의 정당한 활동은 지원해야 한다. 또 종교계의 정당한 목소리에 정부는 귀담아 듣고 잘못된 것은 고치도록 해야 한다. 반면에 정부와 정치권은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가 하면 종교계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폭정과 독재에 대하여 항거할 수 있는 것은 권리이며 의무이다.

그런데 정구사의 일련의 사태는 예언자의 강론일 수 없다. 무도한 북한 정권의 침략행위에 대한 옹호 발언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비록 성직자의 입에서 나온 언어라고 해도 하나님의 말씀 강론일 수 없고, 종교계의 일반적인 견해가 아니라, 편향된 정보에 의한 몇몇 개인들의 이념과 견해로 간주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종래에 찾아보기 어려운 분열현상을 보이고 있다. 세대 간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 지역과 이념대립, 게다가 북한의 끊임없는 침략 위협, 또한 한 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은 140여 년 전, 우리나라 역사의 재연을 보는 것 같은 불안한 시대이다.

거기에 일부 종교인까지 나서서 불안을 키워가는 것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뿐더러 종교인이 할 일이 아닌 것으로, 종교계 내에서도 불편과 비판을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는 더 이상 강론이나 설교라는 명분하에 편향되고 왜곡된 이념적 견해를 토해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을 만홀(漫忽)히 여기는 행위임과 동시에 신도들을 업신여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침략자를 옹호하는 언행은 조국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 바친 분들에 대한 모독이고, 국가에 대한 배신적 언동이며, 반역사적인 행태이다.

이제 종교인들은 그 본래의 위치인 하나님 공경과 인류 섬김의 자리로 돌아가서 사회를 안정시키고 희망을 전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