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부지런한 농부, 게으른 농부 -이원희 목사2010-05-13 09:31
작성자 Level 8

1. 좋은 습관은 축복이고 운명이다.

곡식 농사 밭에 잡초나 김이 보이는 족족 매어주어 아름다운 알곡만 무성하게 하여 놓는 부지런한 농부와 김매기가 귀찮아 제초시기를 놓쳐버려 보기 흉한 잡풀이 무성하게 하여 놓는 게으른 농부의 차이는 습관의 문제이다.

게을러 빈둥빈둥 논다고 재미나 즐거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제 때 해야 할 일을 부지런히 일한다고 하여 재미나 즐거움이 없는 것이 아닌데 어느 편 습관에 시동이 걸려 그 습관에 빠지느냐의 문제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습관이 축복이고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

2. 매력이 넘치는 다윗의 좋은 습관

다윗은 하루에 일곱 번식 하나님 아버지께 찬양하는 습관을 가졌다.(시119:164)

다윗은 ‘주님의 뜻을 행하는 것을 즐기는 습관’을 가졌다.(시40:8) 다윗의 이 좋은 습관 때문에 성령님은 기뻐하시고 마귀는 질식을 하여 다윗만 보면 삼십육계에 줄행낭이 제일이라며 흔적도 보이지 않게 도망을 쳐버린다.

3. 농부이신 부모님의 일 습관에 항상 불만스러웠던 나의 청소년 시절

농사일 밖에 모르시는 부모님은 농작물과 일터인 논밭이 애인이라도 되는 듯이 그 곁을 항상 떠날 줄 모르셨다. 그러기에 자연 하루진종일 시간제 일하시는 것을 좋아하셨고 시간제가 부모님의 일 철학이 되어버렸다. 이른 새벽 별을 보며 논밭에 나가시고 해가지고 어두워 별을 보고 집에 돌아오셨다. 추석명절에도 친척들이나 마을 친구들과 노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마을 사람들 몰래 논밭으로 나가시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필자는 청소년 때 부모님의 일을 돕되 일의 도급제를 간절히 원했다. 하루에 밭매기 열 스물 고랑의 김을 매어라는 도급만 맡겨주시면 번개 같이 도급일 해치우고 나머지 시간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갈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은 부모님과 함께 하루 종일 논밭에 있었으나 마음은 하루 종일 놀이터에 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논밭과 농작물이 사랑스러워 농사일터를 떠날 줄 모르시는 부모님의 일 습관과 시간제로 혼신의 일을 다 마치고 나머지는 놀고 싶은 나의 일 습관과는 맞지 않아 자연 논밭의 일이 지지부진하여 재미가 없었고 하루가 천년 같이 지루하였다. 들판의 그 많은 종달새 우는 소리가 시인의 심금처럼 가슴에 단 한 번도 울려와 닿은 적이 없었다. 기이한 것은 부모님은 애인 같은 농작물과 논밭에 아들(필자)과 함께 해가 질 때까지 같이 일하기를 좋아하셨고 필자는 반대로 도급제 일만 맡겨주면 벼락 같이 일을 마치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놀러갈 수 있다는 내 생각이 우리 부모님께는 통하지 않았다. 많이 놀고 싶었던 청소년시절의 꿈이 구겨진 것은 부모님의 일 습관 때문이다.

4. 교단에 무임승차습관이 못 마땅했고

좋은 일도 반복하면 좋은 습관이 되고 나쁜 일도 반복하면 나쁜 습관이 되어버린다. 옳지 않은 일이 처음 보일 때에 우리 총회원들이 부지런한 농부가 김을 매어주듯 바로 그 때, 그 때에 바로 잡아가는 교단 총회원들의 일 처리습관이 되었으면 지금은 아마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교단이 되었을 것이다. 땀 흘려 정원을 가꾸듯 바로잡으려는 싫은 소리, 험한 일은 남이 하여 주고 본인들 모두는 남이 가꾸어 놓은 아름다운 교단에 무임승차하여 누리기만 하겠다는 습관이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하는 행운의 복은 멀리 도망을 가버린 것 같다. 도리어 불미스러운 잡초가 교단에 무성하게 자라버린 격이 되고 말았다. 뒤 늦게나마 묵혀진 교단의 밭을 매어보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김을 매어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목사가 다른 일은 몰라도 고소 고발이나 재판 하는 일은 정말 하기 싫고 피하고 싶지만 일이 굳어져 있어 법정재판이 아니고는 바로잡을 수가 없기에 가벼운 호미질로 김을 매는 것이 아닌 곡굉이로 땅을 파야 뿌리를 뽑는 김매기이니 힘이 들고 곱지 않는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누가 퍼뜨린 루머인지 정신이 미쳤다는 소문이 확산 되어 교단 내 모 단체 제17차 정기총회에 순서를 맡았다고 광고까지 나갔으나 맛이 간 목사는 안 되겠다며 퇴출을 당하고 말았다. 

총회원 모두가 조금 식만 그 때 그 때에 거들어 교단 밭의 김을 매어주는  부지런한 농부의 습관이 들었으면 혼자서 이 큰 몫을 치워야 한다며 끙끙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지런한 농부의 습관이 아쉽기만 하다.

2010. 5. 1. 인권존중회  이원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