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사랑하는 문정열 목사님, 우리 교단총회의 진정한 지도자이셨습니다.2010-04-25 21:32
작성자 Level 8

대표총회장 조용목 목사

누가복음 2장 25절~32절

문정렬 목사님은 주님의 종으로 부르심 받은 날부터 50년을 하루같이  복음 사역에 전심전력하셨습니다. 목회자로서, 부흥사로서, 신학교수로서, 저술가로서, 교단총회의 지도자로서 그 역할과 임무를 탁월하게 수행하셨습니다. 교계에서 존경 받는 지도자였으며 특히 우리 교단총회의 모든 교역자들의 귀감이 되셨습니다. 제가 문 목사님을 가까이서 모시고 총회원들을 섬기게 된 것은 2년도 채 되지 않지만, 그 동안에 문 목사님을 통해 목회자로서 그리고 성직자로서의 자세에 대하여 보고 듣고 받은 교훈은 매우 크고 많습니다. 문 목사님은 부정과 불의에 대하여 타협하지 않고 이를 단호하게 꾸짖고 대항하는 일에 실천적인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사사로운 이익이나 일신상의 편안함보다 교단총회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겸손하셨습니다. 자신이 이처럼 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요 그 다음은 청렴하고 강직한 아내 덕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보름 전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은 당일 제가 문병을 갔더니 환자 같지 않았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30분 넘게 평소처럼 이야기하셨습니다. 우리 교단 총회원들이 이제는 통합의 참된 의미를 파악하고 뜻으로 결집되었고 총회가 안정을 얻게 되어 요지 부동케 되어서 기쁘다고 하시면서 건강이 속히 회복되어 이번 총회에 참석하게 되기를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당시의 모습을 보아서는 곧 회복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만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과 우리를 두고 앞서 천국으로 가시고 말았습니다. 주일날 아침 문 목사님 별세 소식을 듣는 순간 문득 본문의 말씀이 뇌리에 떠올랐습니다.

"예루살렘에 시므온이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사람이 의롭고 경건하여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는 자라 성령이 그 위에 계시더라 저가 주의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 죽지 아니하리라 하는 성령의 지시를 받았더니 성령의 감동으로 성전에 들어가매 마침 부모가 율법의 전례대로 행하고자 하여 그 아기 예수를 데리고 오는지라 시므온이 아기를 안고 하나님을 찬송하여 가로되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도다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이는 만민 앞에 예비하신 것이요 이방을 비추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니이다"

작년 총회 때 문 목사님께서 은혜와진리수양관에서 저에게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셔서 제 집무실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제가 문 목사님에게 아무쪼록 건강하셔서 교단총회를 위하여, 후배 제자들을 위하여 오래 일하셔야 한다고 말씀 드렸더니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당신께서 하나님께 받은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하나님께서 우리교단에 성령의 권능을 크게 부으셔서 한국과 온 세계에 부흥운동을 주도하게 하셨는데 이제는 다가오는 시대를 위해 새로운 일꾼들을 일으켜 세우실 것이라고 하시며 그 징조를 확실하게 보게 될 때까지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단통합을 통하여 그 비전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을 보게 되었으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날까지는 주님께서 사용하실 일꾼들이 이를 자각하고 담대히 나서도록 깨우치기 위해 교역자 연수교육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교역자 연수원을 개설하고 연수 교육을 시작하셨습니다. 6회에 걸친 권역별 세미나에 이어 지역별로 특성 있는 여섯 교회를 택하여 해당교회가 주관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진행해 오셨습니다. 세미나는 대성황리에 계속되었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총회원들이 진한 감동을 받으며 강렬한 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회를 며칠 앞두고 그만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아마도 문 목사님께서는 안정을 찾은 교단총회와 새 시대를 열어갈 일꾼들을 보시면서 마치 본문에 나오는 시므온처럼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도다. 내 눈이 주님께서 내게 말씀 하신대로 이루신 것을 보았습니다> 라고 하셨을 것입니다.

문 목사님께서 운명을 앞두고 사모님에게 <이젠 나는 천국으로 가야 할 가 봅니다. 평생 부흥사로서 활동하느라고 늘 집을 떠나 다녔는데 이렇게 당신을 남겨두고 내가 먼저 가게 되니 미안하오> 하셨고 <내가 교단총회를 위해 조금 더 도와야 할 터인데 이만 떠나게 되어 미안한 생각이 드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숙연해지면서 만감이 교차되었습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느냐 하는 것보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일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문 목사님은 참으로 복 많은 분이십니다. 리브가와 같은 아내의 사랑을 받고 복음 사역자로서 그 사명을 수행하는데 훌륭한 내조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은 문 목사님의 생애에 큰 획을 긋는 날들이었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 이처럼 생의 마지막을 열정적으로 보람차게 마무리 짓는 분은 참으로 드물 것입니다. 문 목사님께서는 교단통합과 관련하여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바른 선택을 하셨고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하셨으며 길이 남을 귀감을 보여주셨습니다. 지난 날 중병으로 인하여 두 번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고 폐 절제 수술을 받은 데다 심한 기관지 천식이라는 지병에 시달리시면서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생애의 마지막 2년을 그리스도를 위하여 그리고 교단총회와 후배 교역자들을 위하여 전력을 다하고 열정을 쏟으셨습니다.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좋은 본보기와 교훈을 남기며 생의 대미를 장식하셨습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문 목사님은 복음 사역자로서의 시작과 과정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끝은 더욱 이름답고 훌륭했습니다. 좀더 사시면서 우리를 지도해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을 모든 총회원들에게 남기시고 가셨습니다.

이제 문 목사님은 여기 계시지 않습니다.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그러나 살아 계십니다. 78년 동안 사용하신 겉옷을 벗고 영혼은 천사들에게 받들려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우리 주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 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죽음에 대한 객관적 인식과 주관적 체험을 함께 형용하고 있습니다. 시신을 보는 사람들은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성도는 육신의 장막을 벗는 순간 천사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천사들이 받들어 낙원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죽음이란 위치 변동의 과정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주관적 체험으로는 죽음이 없습니다. 문 목사님께서는 지금 천국의 아름다움과 영화로움에 감탄하시면서 이런 생각을 하실 것이라고 추리해 봅니다. '내가 설교 중에 천국을 말할 때면 온갖 형용사를 다 사용해서 그 아름다움을 최대한 묘사하곤 하였는데 천국에 들어와 보니 내가 묘사한 것은 실제의 천국에 비하면 만분의 일도 안 되는 구나!'

천국은 눈물과 슬픔이 없는 곳이지만 이 세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유족들의 마음에는 이별의 슬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은 이별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약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만난다는 기약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관한 징조들을 살펴보면 지금은 하나 없이 다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강림하시면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부활되고 곧 이어서 우리들도 변화될 것입니다. 부활과 변화는 순식간에 홀연히 이루어 진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표현입니다. <순식간에> 라고 번역된 성경원어는 <엔 아토모>입니다. 이 말은 <원자적 한계>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원자핵 안의 방사능 물질이 붕괴되는 속도를 측정하려면 일초를 더 작은 단위로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짧은 시간을 나타내는 단위로는 마이크로 초(a micro second), 나노 초(a nano second), 피코 초라는 헬라어는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 가장 짧은 시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피코초로 생각해 본다면 예수께서 재림하시는 날 성도들의 몸은 일초의 일조분의 일보다 더 빨리 변화될 것입니다. 부활한 몸, 변화된 몸은 병들거나 늙거나 하지 않습니다. 죽거나 썩거나 하지 않습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몸의 형체와 같이 될 것입니다. 이런 몸으로 문정열 목사님과 우리 모두가 다시 만나 영화로운 모임에 참여할 것입니다. 이런 일들을 생각하면 잠시동안의 이별을 너무 슬퍼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설레는 기대감과 소망으로 기다릴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문정열 목사님, 존경하는 선배 목사님, 우리 교단총회의 진정한 지도자이셨던 문 목사님, 우리 교단총회는 견고하고 건실하게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훌륭한 일꾼들, 뛰어난 지도자들이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천국에서도 기뻐하시고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