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논 평/한국교회언론회2011-01-10 09:41
작성자 Level 8

거짓도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는가?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의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 한다’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공익의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며, 전문가도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지 못 한다’는 것과 ‘허위의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애초 입법 취지와 다르게 확대 해석·적용 된다’는 것이다.

전기통신법은 1961년에 제정되었고, 전기통신기본법도 1983년 새로 제정된 것이다. 이 법은 40년 이상을 묵혀두고 있다가, 지난 해 1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게 적용하였다.

그 밖에도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촛불시위에 참가한 여성을 성폭행 했다’는 유언비어와 ‘여대생을 경찰이 목 졸라 살해 했다’는 허위 사실 유포자를 구속 기소하였고, 천안함 폭침 때와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긴급 대피령’과 ‘예비군 동원령이 내렸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기소한 상태이다.

이런 식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전기통신기본법에 저촉된 사건은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기소된 사건 만도 28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 중시는 당연하다’는 반응과 ‘거짓을 유포하여 사회적 혼란을 주는 것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로 엇갈리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인터넷, 트위터 등에서 무제한으로 유포되는 유언비어를 허용하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해도, 국가 안전보장이나 사회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해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운운’하는 사태 때에도 인터넷에서의 유언비어로 인하여 우리 사회 민심이 얼마나 흉흉했는지 모른다. 그로 인하여 무정부에 가까운 분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또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도, 거짓된 말들이 국가의 위기에 일사불란하게 대처해야 하는 국민들에게, 일시적으로 혼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거짓말’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은 궤변에 가깝다.

헌재에서도 전기통신기본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하면서도, 헌법 37조 2항에 있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한다.

전기통신법이 만들어질 당시의 통신은 전화와 전보 정도였다. 이제는 전화나 전보보다 다양하고, 훨씬 강력한 파급력을 갖는 통신 수단들이 많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걸 맞는 법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젊은 층의 인터넷 활용은 100%에 가깝다. 그런 인터넷 상에서의 ‘거짓’을 용인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신뢰를 붕괴시키는 것은 물론, 혼란을 자초하는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기왕 헌재에서 기존의 법이 애매모호하고,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린 이상,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으면서도, 의도성을 띄고 우리 사회와 국가를 혼란케 하는 행위를 예방하고 금지하는 차원에서라도 법률 정비는 필요하다.

공익을 해치는 ‘거짓’은 무한정의 사회적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불신 사회와 때로는 국가를 위기로 내몰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