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정크 훼이스 (Junk Faith)2010-09-02 10:45
작성자 Level 8

안기호 목사

과학 칼럼니스트 스티븐 밀로(Stephen Milo)는 지난 10년간 잘못 알려진 과학적 사실을 분석한 후 이를 토대로 《정크 사이언스 Junk Science》라는 책을 썼다. 정크 사이언스는 일차적으로는 쓸데없는 과학이나, 제대로 되지 않은 과학을 가리키는 말로써 "특정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악용되는 잘못된 과학적 자료와 분석"이라는 뜻이다. 이를테면 기업이 교수에게 연구비를 지원하여 자기 제품에 유리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거나 환경단체나 의사협회, 낙농협회, 축산협회 등과 같은 특정 단체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건강에 대한 위험을 과장해서 발표하게 하는 경우들을 말한다. 한 마디로 특정 이익 집단을 위해 악용되는 사이비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989년 미국 ABS방송은 사과에 <;알라>;라는 맹독성 농약성분이 남아있어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보도를 했다. 한 환경단체가 제공한 자료에 근거한 이 보도로 인해 많은 사과농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나중에 사과에 남아있는 극미량의 알라 성분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자궁삽입 피임기구를 개발한 한 제약회사는 자사 제품이 골반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오자 파산해 버렸는데 나중에 그 연구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한 시리얼회사는 곡류시리얼이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큰 이익을 보았다. 하지만 나중에 시리얼 섭취와 대장암 예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모두 정크 사이언스에 의해 어느 특정 회사가 이익을 보거나 큰 손해를 보게 된 구체적인 사례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모든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속물(俗物) 현상이다. 성경도 경건을 이익의 재료로 삼는 자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딤전6:5). 이른바 정크 훼이스(Junk Faith)에 대한 경고다. 정크 사이언스(Junk Science)를 사이비 과학이라고 한다면 정크 훼이스(Junk Faith)는 사이비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SBS 방송국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긴급출동 SOS 24는 지난 8월 9일과 16일, 두 주에 걸쳐  '감옥살이 기도원'이라는 주제로 겉은 평범한 기도원이지만 안에서는 온갖 범죄가 자행되는 부정한 집단임을 밝히는 내용을 방송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의 집계에 따르면 이 날 방송된 '긴급출동 SOS 24'는 14.9%를 기록하며 다른 방송국들의 예능프로그램을 누르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그날 이후 '기도원'이라는 단어가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원장은 입소자들에게 유통기간이 지나 곰팡이가 슬고 썩은 음식을 먹였다. 아침에 남은 음식을 잔 밥통에 모아 점심에 다시 먹였고, 남으면 다음에 또 먹였다. 또 의사의 처방도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입소자들에게 마구잡이로 먹였다. 그리고 입소자들을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슬어 냄새가 나는 아주 비좁은 공간에 가두어 놓고 밖에서 문을 잠갔다. 용변은 프라스틱 통에다 해결해야 했다. 이렇게 인권유린을 일삼던 감옥살이 기도원의 실체는 방송을 계기로 경찰의 수사로 이어져 감금, 폭행, 비위생, 의약품 오남용, 등의 혐의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경찰은 원장실을 압수수색하여 기도원 운영 전반에 관한 서류를 확보함과 동시에 입소자들 명의로 지급되던 기초생활 수급비 역시 기도원 측이 가로채고 있었던 사실도 밝혀냈다. 중증 장애인 여성은 방장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한 젊은 여성은 기도원에서 극심한 영양실조에 걸려 온 몸이 퉁퉁부은채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결국 숨지고 말았다. 그녀의 담당 의사는 가족들을 짐승 보듯 하며 환자가 최소 한 달 이상은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을 거라며 방치사실을 꾸짖었다고 했다. 그녀의 온 몸에서는 심한 멍자국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 젊은 남성은 이혼의 충격을 이기지 못해 술을 의지하다가 누나에 의해 기도원에 보내졌는데, 멀쩡했던 그는 폭력과 향정신성의약품 강제투여로 인해 이가 다 빠지고 눈동자도 똑바르지 못한 바보가 되고 말았다.
나는 그 방송을 보는 내내 눈을 똑바로 뜨지 못했다. 심장이 떨리고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했다. 사람들을 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이 기도원에서 목사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가 않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기도원에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교회와 목사들의 소개로 그곳에 들어갔는데, 여러 목사들이 그 기도원에서 같은 목사인 원장을 도와주고 있었고, 기자가 취재하는 동안에도 오히려 기자들을 비난하고 욕하면서 원장을 두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성경은 경건을 이익의 재료로 삼는 정크 훼이스 행위는 진리를 잃어버린 데서 오는 것이고, 진리를 잃어버린 이유는 마음이 부패하여졌기 때문이며, 반드시 다툼, 즉 갈등과 분쟁을 야기한다고 말씀한다.
"마음이 부패하여지고 진리를 잃어버려 경건을 이익의 재료로 생각하는 자들의 다툼이 일어나느니라"(딤전6:5).
신앙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이런 범죄와 비윤리적 행각들은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지난 몇 년 동안 경건을 이익의 재료로 삼고 있는 몇몇 목사들의 부정과 비윤리적 행태에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몸과 마음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몇 사람만 예로 들어 보자.
A 목사는 많은 목사들이 우러러 보는 목사다. 그는 성공의 잣대를, 심지어 신앙과 목회의 성공조차도, 물량적으로 측정한다. 자신의 성공을 좀 더 폭넓게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진리의 왜곡도 불사한다. 심지어 타종교신자들 앞에서는 그들의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신학적 견해를 분석해 보면 성경보다는 종교철학적 사상(思想 - 사고 작용의 결과로 얻은 체계적 의식 내용)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신앙과 종교적 사상은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그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는 것 같지 않다. 물량적 성공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물량적 성공의 과정에는 반드시 부패와 관련된 잡음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에게는 비리관련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다. 교회의 메커니즘도 권력 지향적으로 되어 있어 줄서기, 비리, 암투 등의 현상이 공공연히 나타나고 있고, 하나님의 소유인 교회의 헌금으로 형성된 부속기관 운영에도 비리가 드러나고, 가속(家屬)들 사이의 헤게모니 다툼도 더 이상 비밀이랄 것 없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이 모두가 하나님을 빙자하여 신앙의 이름으로 자행(恣行)하고 있는 현상들이다. 정크 훼이스의 전형(典型)을 보여주고 있다.
 B 목사는 협박, 폭력, 횡령 등 전과 이력부터 화려하다. 오랫동안 총회 정치의 실세로 활약하면서 직위를 이용하여 돈과 직책으로 다른 목사들을 포섭하여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교단의 요직에 앉혀 놓고 자신의 비위를 정당화 시키는 방패막이로 삼거나 협력자로 만들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계획에 이용했다. 자신의 정적이라고 판단되면 그들을 매장시키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모함하기도 하고, 협박과 회유, 폭력 등도 서슴지 않았다. 아예 목사직을 빼앗아 교단에서 내쫓기도 했다. 많은 목회자들이 그의 탐욕의 희생물이 되어 억울함을 당했다. 그러한 그의 행위는 결국 엄청난 돈을 횡령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C 목사는 좋은 말을 많이 한다. 그의 말로만 그를 판단하면 그는 정말 훌륭한 신앙인이요 목회자다. 하지만 그를 깊이 겪어보면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른 이율배반적인 모습 때문에 크게 실망하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마치 미끼를 던지듯 약한 교회와 목회자들을 도와주고 난 후 그것을 이용하여 아예 그 교회를 빼앗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삼기까지 한다. 심지어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부당하게 빼앗은 교회를 이단에 팔아넘기기까지 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거짓, 협박, 회유, 폭력 등도 꺼리지 않는다. 그의 그런 패역 때문에 피눈물을 흘린 목회자가 한 둘이 아니다. 심지어 자기가 담임하는 교회 교인의 재산까지 그런 방법으로 가로챈다.
기도원 사건을 비롯하여 A, B, C 목사 등을 통해 본 이상의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이들 모두 혼자서 그런 비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 비위가 지속적으로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주변에서 그들을 돕고 따르는 목사 내지는 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 가운데 정크 훼이스가 얼마나 심각하게 만연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는 주님께서 왜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마7:21)라고 경고하시면서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눅18:8)고 탄식하셨는지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경 속에서 정크 훼이스로 하나님의 진노를 산 대표적인 인물을 몇 사람만 꼽으라면 아간, 게하시, 발람 등을 꼽을 수 있다. 아간은 돌에 맞아 죽었고, 게하시는 문둥이가 되었으며, 발람은 칼에 맞아 죽었다.
성경은 발람의 길을 따르는, 즉 정크 훼이스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엄중한 경고의 말씀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바른 길을 떠나 미혹되어 브올의 아들 발람의 길을 따르는 도다 그는 불의의 삯을 사랑하다가 자기의 불법으로 말미암아 책망을 받되 말하지 못하는 나귀가 사람의 소리로 말하여 이 선지자의 미친 행동을 저지하였느니라 이 사람들은 물 없는 샘이요 광풍에 밀려가는 안개니 그들을 위하여 캄캄한 어둠이 예비되어 있나니"(벧후2:15-17).
그리고 경건의 이익의 재료로 삼는 자들, 즉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 자들에게서 돌아서라(딤후3:5)고 촉구한다.
세상에서 물질적인 영화를 누리고, 권세를 부리며,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그리스도인이 되고, 목사가 될 필요가 없다. 그리스도인이 되고 목사가 된 목적은 예수님을 닮아가면서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알리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다가 천국에 가기 위해서다.
그리스도인은 그 어떤 일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이해관계를 따라 행동해서도 안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내 자신이 정크 훼이스에 빠지면 안 되지만, 정크 훼이스에 빠진 사람을 따르거나 함께 해서도 안 된다. 
초잠식지(稍蠶食之)라는 말이 있다. 누에가 뽕잎을 먹듯 조금씩 먹어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뽕나무 잎이 아주 조금씩 줄어들기 때문에 외형상 크게 변화를 느끼지 못하지만 마침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정크 훼이스에 물들어 있지 않은가?"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경건을 이익의 재료로 삼는 신앙 혹은 물량적 신앙이 내 영혼을 잠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자신을 돌아보고, 정크 훼이스로부터 그리고 거기에 물들어 있는 자들에게서 돌아서야 한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다. 매미는 그것도 모르고 노래만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 사마귀 뒤에는 참새가 사마귀를 노리고 있다. 사마귀는 그것도 모르고 매미를 향해 다가간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참새 뒤에는 뱀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참새는 사마귀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뱀 뒤에는 그 뱀을 잡으려는 사냥꾼이 있었다.
우리에게 그 사냥꾼이 누구인가? 바로 베드로후서 2장 17절에서 말하고 있는 캄캄한 어둠이 아니겠는가? 그 캄캄한 어둠이 누구를 위해 예비되어 있는가? 그것이 당신이나 나는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는 눈앞의 이해관계를 바라보는 근시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경건은 이익의 재료가 아니다. 참된 경건은 주님을 향한 진실한 신앙이요, 진실을 추구하는 삶이다. 이제 우리의 관심을 오직 주님께로, 주님의 말씀으로,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로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