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찬 봄비 맞으며 -이창 목사2011-03-04 08:47
작성자 Level 8

    찬 봄비 뿌리는데, 비를 맞으며 오늘도 대심방을 계속한다. 월요일은 언제나 몸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탈진 감을 느낀다. <;베스타>;에 몸의 중량을 맡긴 채 반쯤 졸면서 차창을 때리는 어지러운 빗소리를 듣는다. 차가 앞으로 달리자 빗줄기는 앞으로 다가와 사정없이 차창을 때리고 차창의 윗셔는 쉴 새 없이 빗물을 닦아낸다.

  차내에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차이코프스키>;의 첼로가 굵직하게 부드럽게 내 몸 구석구석, 내 신경 구석구석, 내 영혼 구석구석까지 파고든다. 내 나른한 몸은 빗소리와 첼로소리에 젖어든다. 잠시 눈을 붙였다가 가방 속에 성경과 함께 넣어온 시집을 꺼내든다. 차안에서 긴 거리라야 시 한 편 아니면 두 편 정도밖에 읽지 못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내 잠자던 꿈을 일깨워 주는 것이 된다. 나는 꿈꾸며 행복해진다. 행복해지면 눈물이 나오고 아픔이 가슴 언저리에 잦아들며 아리한 파도소리를 낸다. 어느 먼 옛날의 뒤안길, 거기에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해인 시인은 시집에서 말한다.

            …나의 그림자만 데리고

            저만치 손 흔들며

            앞서가는 세월…

  차가 멎는 소리가 난다. 옆에서 운전하던 나 선생이 다 왔다는 신호를 한다. 어? 벌써 다 왔어? 화들짝 꿈에서 깨어나 왁자지껄 한바탕 웃는다. 얇아진 빗방울이 무색할 정도로 행복하다. 흠씬 눈물이 고이도록 사랑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사랑을 먹고 크는 아이. 사랑은 꿈과 함께 우리를 키우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 하나님나라의 생명나무 열매는 사랑의 열매이고,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하는 생명나무 잎새는 만국을 소성케 하는 약이 된다.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딩동. 아이고메 어서 오시이소. 하하 호호, 한바탕 웃으며 손을 맞잡는다. 방에 안내되면 자그만 상이 놓여 있고 흰 보가 덮여 있고 그 위에 조촐한 감사헌금 봉투와 깔끔한 작은 꽃병이 웃고 있다. 들어가 방석 위에 앉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준비 기도하는 마음에 간절한 눈물이 고인다. 애틋한 사랑의 눈물이다. 주님이 앞서 오셔서 눈물이 고이도록 이 가정을 사랑해 주시는 까닭이다. 주님의 임재를 강력하게 느끼며 마음이 뿌듯하다. 주님의 사랑이 감사하여 자꾸 마음이 울먹인다. 찬송을 부르고 대표 기도할 때 대게 말씀을 주신다. 주시는 말씀을 그대로 전한다. 그 말씀이 그 가정에 적중한다. 주님은 전지 하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비가 온다. 대지는 찬비에 젖는다. 대지 위에 있는 인간도 가정도 비에 젖는다. 눈물에 젖고 슬픔에 젖는다. 그러나 빗길을 따라 주님이 오신다. 주님이 오시는 그 길에는 꿈이 있고 사랑이 있고 음악이 있고 시가 있고, 하하 호호 웃음이 있고, 손과 손을 맞잡는 따뜻한 피의 교류가 있다.

  찬 봄비 뿌리는데 비를 맞으며 심방을 간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꽃 소식이 있을 것이다.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 목련이 필 것이고, 아장아장 애기 걸음으로 다가오는 개나리가 필 것이고, 울긋불긋 진달래, 화사한 벚꽃 , 모두모두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비를 맞으며 오신 주님, 꽃길 따라서 우리들보고 환히 웃으실 것이다.

  찬 봄비 맞으며 오늘도 심방을 간다

교단 증경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