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온선칼럼-문찬우 목사2015-05-14 16:55
작성자 Level 8

베토벤 워너비 (Beethoven Wannabe)
히브리서 10: 38

루트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 사람들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전율을 느낍니다. 그는 악성(樂聖), 혹은 고전음악의 완성자라고 불립니다. 역시 위대한 작곡가였던 리스트(Franz List, 1811 -1886)는 그의 작품을 가리켜 음악가들에게는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한 불기둥, 구름기둥 같다고까지 말했습니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죽을 때까지 베토벤만 연주하라고 할지라도 자신은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던 바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의 에디슨으로 불리는 발명가 나카마츠 요시히로는 1952년 어느 날 그의 5번 교향곡 '운명'을 감상하다가 잡음 없이 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바늘 없는 전축을 발명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초기형태의 플로피디스크와 드라이브를 발명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같이 초시대적이며 범인류적인 베토벤의 음악은 교만치 않으면서도 높은 곳에 서 있습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깊습니다. 웅장하면서도 따뜻합니다. 비애가 깃들어 있으면서도 아름답습니다. 그러기에 그의 음악은 정말 그의 생애와 닮아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은 탄생부터 운명의 그림자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매독에 걸린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와 결핵이 있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형제가 여섯이나 있었지만 모두 단명하고 두 명의 동생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불행하고 우울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그의 나이 네 살부터 시작된 음악만큼은 꿈틀꿈틀 자라나 그의 생애 전체를 담쟁이넝쿨처럼 뒤덮어 나갔습니다. 열 살이 조금 넘어서부터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 - 1750)의 뒤를 이어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했던 ‘요한 힐러’의 수제자인 ‘크리스천 고트로프 네페’(Christian Cottolob Neffe)에게 가르침과 큰 영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열일곱에는 비엔나로 건너가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년 - 1791) 앞에서 즉흥연주를 하여 그를 감동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스무 살에는 하이든 (Franz Joseph Haydn, 1732 - 1809)의 제자가 되어 음악적 재능을 심화시켜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베토벤은 일찍부터 배움과 함께 연주자 혹은 작곡자로서도 명성을 쌓아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숙명처럼 집요한 고독과 고난은 베토벤이 거치는 생의 길목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열일곱에, 아버지를 스물 둘에 잃었던 이 외로운 음악가는 사랑을 해도 늘 앓기만 하는 짝사랑이었습니다. 오로지 지독한 가난만이 그의 연인이요,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에 역경의 정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의 나이 스물일곱에 얻은-음악가에게는 저주와도 같은-청각장애일 것입니다. 결국 서른네 살에는 완전한 귀머거리가 됩니다. 그런데 그 불행의 순간부터‘베토벤의 베토벤 됨’이 나타납니다. 그는 어떤 시기에도 음악가로서 머뭇거렸던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스물일곱부터 눈을 감은 쉰일곱까지 들리지 않는 채로 더욱 맹렬히 곡을 썼습니다. 앤 핌로트 베이커(Anne Pimlott Baker)는 <;베토벤 평전>;에서“베토벤의 음악은 오히려 그가 청각을 잃은 뒤에 한층 심오해져갔다.”고 서술했습니다. 이처럼 그의 음악인생에서 청각 없이 상상만으로 곡을 만들었던 시기를 제 3기라고 부르는데, 그는 이 기간 동안 ‘교향곡 제9번’, ‘장엄미사’, ‘마지막 현악4중주곡’ 등을 만들었으며, 오늘날 이 곡들은 전부 서양음악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흔히 감탄을 자아내는 음악적 천재성이나 짜임새는 모차르트를 따를 자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휘감는 감동만큼은 베토벤을 따를 자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단지 베토벤의 음악적 재능을 찬사하는 말들만은 아닐 것입니다. 베토벤의 음악적 감동은 그의 재능만큼이나 그의 전 생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그 지독한 삶을 이겨내며 끝내 구축하고 보여주었던 그 깊고 단단했던 정신세계가 그의 음악을 창조한 것입니다. 그의 영혼을 엿볼 수 있는 그의 말들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왕자는 많다. 그러나 세상에 베토벤은 오직 한 명이다.” “파리 몇 마리가 날아든다고 해서 나의 달리는 준마를 멈출 수 없다.” “작곡에 대한 나의 열정을 모두 작품으로 쏟아내기 전까지는 난 절대로 죽지 못한다.” 세상의 어떤 것도 자신의 꿈을 막아서지 못하게 만들고만 사람, 베토벤. 그가 우리에게 남긴 음표들은 곧 그의 삶의 지표였습니다. 이제 눈을 감고 그의 음악을 들으며 우리의 가던 길을 더욱 단단히 다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