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칼럼

제목온선칼럼-문찬우 목사2015-09-18 08:47
작성자 Level 8

오늘과 내일을 동시에 살기

마 25:1-13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설교와 사역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는 인류에게 그 나라를 주시기 위해 이 낮고 낮은 땅에 오셨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용어인 하나님 나라, 그리스도의 나라, 하늘나라는 모두 같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그 나라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어떤 신학은 주로 세상 끝에 나타날 하나님의 영원한 통치에, 또 다른 신학은 구원이 가져오는 현세적 성취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두 가지를 다 말씀하셨습니다. 언젠가는 바리새인들에게 하나님 나라는 이미 너희 가운데 임하였다고 하셨으며, 다른 날 제자들에게는 역사의 마지막에 다가오게 될 종말의 시간을 준비하라고도 하셨습니다.

 스위스의 신약학자 오스카 쿨만(Oscar Cullmann, 1902 - 1999)은 그러한 천국의 이중구조에 대해 지혜롭게 정리하여 말했습니다. “Already but Not Yet!”이미 그러나 아직, 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이미 임하였지만 여전히 미래로부터 다가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바른 신앙이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 두 나라, 즉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와 아직 임하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긴장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의 기독교 저술가 C. 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 - 1963)는 건강한 종말론적 신앙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내세에 소망을 둔 사람만이 이 세상에 가장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종말론적 소망을 갖는 사람은 현재적 삶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성과 속, 영과 육, 내세와 현세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이원론적인 사고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사고는 늘 통전적(統全的, holistic)이었습니다. 분투하듯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도 거룩한 신앙이 싹틀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육체의 삶을 통해 가장 고귀한 영적 이상을 이룰 수 있음을 아셨습니다. 덧없이 느껴지는 역사의 시간 속에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우리들에게 다가올 미래만 생각하며 염세적으로 살라고 하시거나, 앞날은 모르는 일이니 오늘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쾌락주의를 가르치시지 않으셨습니다. 이 땅에 살면서도 하나님과의 깊은 사귐 안에서 천국의 윤리를 이루어 가기를 바라셨습니다.

  귀중한 손님들을 당신의 집에 초대한 적이 있습니까? 초대를 한 집주인의 마음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것입니다. 손님이 편안하고 기분 좋게 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오랜만에 대청소도 할 것입니다. 손님과의 즐거운 식사를 상상하며 요리책을 뒤적거리며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어 볼 것입니다. 손님의 분위기와 어울릴만한 형형색색의 꽃들로 화분을 꾸밀 수도 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일하지만 행복한 기대와 긴장으로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릅니다. 초대한 자의 마음, 행동, 시간은 오직 손님이 오는 그 때에 속해 있습니다. 다가올 내일을 품고 오늘을 사는 것입니다. 현시대를 살며 새 시대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행복한 기다림과 진지한 삶의 열정. 그것이 오늘과 내일을 함께 사는 길이며 성경이 말씀하는 종말론적 신앙자세입니다.

 청담온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