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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복음주의협 강의록-주기철 목사님의 순교신앙2015-03-05 10:14
작성자 Level 8

주기철 목사님의 순교신앙을 사모하며

주 승 중 목사
(인천 주안장로교회 담임)

1. 들어가는 말: 위기에 놓인 한국교회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교회가 설립된 지 1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로 전 세계 선교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장과 부흥을 하였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자유롭게 예수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 기독교 역사의 줄기를 찾아 올라가보면 그것은 피눈물과 땀에 얽히고설킨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별히 일제시대 36년 동안의 그 무자비한 탄압 속에서 우리의 선배요 선각자였던 수많은 주의 종들이 순교라는 고난의 십자가를 지면서까지 하나님을 믿고 충성을 다했다. 그리고 그 고귀한 신앙의 유산을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진실로 한국교회는 초대교부 터툴리안의 말처럼 순교자들의 피를 먹고 자란 교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오늘 한국교회를 향한 세상의 시선이 싸늘하기만 하다. 싸늘한 정도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교회를 향한 비판과 비난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부르면서 엄청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참 부당한 비난이다. 그러나 이것이 오늘 한국교회가 이 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소리들이다. 그러므로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우리 믿음의 선조들의 눈물과 희생과 헌신의 신앙생활을 돌이켜 보며, 특별히 그들의 순교적 신앙을 본받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한국교회에 귀한 신앙의 본을 보여주신 순교자 주기철 목사님의 설교에 나타난 순교적 신앙을 잠깐 생각해보고자 한다.


2. 주기철 목사의 설교에 나타난 신앙 
(1) 코람 데오(Coram Deo)의 신앙
그는 불꽃같은 하나님 앞에서의 신앙을 가지고 살았던 신앙인이었다. "하나님 앞에서"의 신앙은 그의 설교의 목회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으며, 그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면전에서 행동하고 살아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2) 오직 은혜의 신앙
    그는 어느 순간에서든지 인간은 자기의 힘으로 의로워질 수 없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으로 가능케 된다고 고백하였다. 그리고 “나의 나됨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는 바울의 고백처럼, 자신의 자신됨도 철저하게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라고 고백하였다.

(3) 예언자적인 신앙
   그는 설교에서 불의한 권력에 대한 예언자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신앙의 순결과 절개를 강조하였다. 한국교회에 강요된 신사참배의 요구를 예견하면서 시작된 신앙의 순결에 대한 그의 예언자적인 선포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가 심화되어 가면서 더욱 더 강하게 드러났다.(예: 금강산 수양관에서의 설교: 예언자의 권위/마 3:1-13)

(4) 일사각오의 순교신앙
    한 마디로 주기철 목사의 신앙은 일사각오의 순교신앙이었다. 그의 이런 순교신앙은 그의 설교 전편에 흐르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설교가 평양신학교 사경회때(1935년) 행한 "일사각오"(요 11:16)라는 설교이다. 그는 이 설교에서 3가지 일사각오, 즉 예수를 따라서 일사각오, 남을 위하여 일사각오, 그리고 부활진리를 위하여 일사각오를 외쳤다. 그의 일사각오의 순교신앙은 그의 유언과도 같은 설교인 "5가지 종목의 나의 기도"(마 5:18, 롬 8:18, 31-39)에서 절정에 달하였는데, 이 설교에서 그는 5가지의 각오를 고백하였다.
ㄱ. 죽음의 권세를 이기게 하옵소서
ㄴ. 장기간의 고난을 견디게 하옵소서
ㄷ. 노모와 처자를 주님께 부탁합니다.
ㄹ. 의에 살고 의에 죽게 하옵소서
ㅁ. 내 영혼을 주님께 의탁합니다.

(5) 부활과 내세에 대한 확고한 신앙
   주기철 목사의 순교신앙은 결국 내세에 대한 확실한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신앙으로 온갖 고문과 고난 속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6)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신앙
   그의 설교에는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철저한 신앙이 드러나 있다. 그는 결국에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과 섭리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었고, 오직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과 공의대로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담대하게 외쳤다. 그의 하나님의 주권사상에 대한 철저한 신앙은 8순의 노모와 처와 자식들과 교인들을 온전히 주님께 맡기는 그의 간절한 기도와 설교 속에서 너무나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나는 80이 넘은 어머님이 계시고, 병든 아내가 있고, 어린 자식들이 있습니다. 아들로서의 의무도 지중하고, 가장으로서 아비 된 책임도 무겁습니다.... 당신 어머님을 요한에게 부탁하신 주님께 내 어머님도 부탁합니다. 불효한 이 자식의 봉양보다 무소불능하신 주님께 내 어머님을 부탁하고, 나는 주님 자취를 따라 가렵니다....나의 병든 아내도 주님의 손에 부탁하는 것이 이 못난 사람의 도움보다 좋을 줄 압니다. 나의 어린 자식들을 자비하신 주님의 품에 두는 것이 변변치 못한 아비의 손으로 기르는 것보다 복될 줄로 믿습니다. 나의 양떼도 선한 목자 주님께 부탁합니다.....나의 늙으신 어머님과 나의 병든 아내를 주님께 부탁하고 나의 어린 자식들과 나의 사랑하는 양떼들을 자비하신 주님께 부탁합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이 산정현 강단을 떠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을 따라, 주님을 따라 주님의 피 자취를 따라가려 합니다...'"

4. 나가는 말
   하나님의 은혜와 순교자들의 피를 먹고 자란 한국교회가 은혜를 상실하고 있다. 첫 사랑의 순수성과 첫 믿음의 열정을 잃어버려 가고 있다. 그리고 물량주의와 배금주의, 교파주의, 교권주의에 휘둘리고 있다. 그래서 이 사회에서 소금과 빛을 역할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늘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시 한 번 하나님께서 우리 믿음의 조상들을 통해서 전해주신 순교신앙을 회복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 강단에서 십자가의 복음이 다시 힘차게 외쳐져야 한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신앙의 정조를 회복해야 한다. 여기 주기철 목사가 감옥 안에서도 십자가의 복음과 하나님의 사랑에 늘 감격하면서 고백한 고난의 명상을 다시 한 번 들어보자. 그리고 주님을 향한 우리의 일사각오를 다져보자.

“주님을 위하여 오는 고난을 내가 이제 피하였다가
이 다음에 내 무슨 낯으로 주님을 대하오리까
주님을 위하여 이제 당하는 수옥(囚獄)을 내가 피하였다가
이 다음 주님이 ‘너는 내 이름과 평안과 즐거움을 다 받아 누리고 고난의 잔은 어찌하고 왔느냐’고 물으시면 나는 무슨 말로 대답하랴!
주님을 위하여 오는 십자가를 내가 이제 피하였다가
이 다음에 주님이 ‘너는 내가 준 유일한 유산인 고난의 십자가를 어찌하고 왔느냐’고 물으시면 나는 무슨 말로 대답하랴!”